■사이언스포커스-신기술 상용화 맞춰 반도체 내구성 진화
美 연구진, 초고온메모리 잇단 개발
인공위성·우주공간서 활용도 높여
핀란드선 극저온 트랜지스터 첫선
양자컴퓨터 안정적 정보처리 가능
韓기업도 전력반도체 고도화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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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양자 등 첨단 분야의 신기술이 상용화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 또한 이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수백 도의 고온에 노출되는 우주선·인공위성이나 영하 273도 근처의 극저온이 필요한 양자컴퓨터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고장 없이 작동하는 정보기술(IT) 장치를 구현하려면 기존 실리콘을 넘어선 차세대 반도체 연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구진이 속속 새로운 반도체 구조를 선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차세대 반도체 개발 성과를 내보이고 있다.
2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최고 600도에서 정상 작동하는 전기화학 메모리(ECRAM)를 개발해 이달 국제 학술지 ‘셀’의 자매지 ‘디바이스’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ECRAM이 600도의 온도에서 24시간 동안 1비트(0 또는 1의 값을 가진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 메모리(RAM)가 150도 이상 환경에서 내부 구조가 망가져 저장된 정보를 잃어버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ECRAM은 고온에서도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고온 반도체의 일종이다. 금성만 해도 표면 온도가 470도에 달할 정도로, 고온인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이 잘 작동하려면 기존 실리콘이 아닌 고온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ECRAM은 전자의 이동 대신 탄탈럼이라는 희토류 금속 내 산소 이온의 이동으로 디지털 정보를 더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저장할 수 있다. 배터리의 특성을 메모리반도체에 응용한 것이다.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등 전력반도체와 달리 고온 메모리반도체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최근 중요한 진전을 엿볼 수 있는 연구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4월 질화알루미늄스칸듐(AlScN)이라는 특수 소재를 활용해 600도에서 작동 가능한 강유전성 메모리를 개발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강유전체는 외부에서 전기를 가하지 않아도 양극(+)이나 음극(-)을 유지하는 자발분극 특성 덕에 외부 전원 공급이 제한된 우주용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다. 신소재 적용을 통해 열 내구성을 높인 사례다. 이후 연구 성과를 공개한 ECRAM 개발진은 자신들의 기술이 강유전성 메모리(15V)보다 더 낮은 2V의 전압에서 작동 가능해 효율을 높였다고 강조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학계에서는 이를 비롯해 앞으로 고온 메모리 개발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지능(AI)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는 전력반도체도 고도화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회사 SK키파운드리, DB하이텍 등 국내 기업은 앞다퉈 내년 GaN 반도체 양산을 준비하고 있고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우주용 GaN 개선 연구 성과를 최근 발표했다.
더 견고한 소재인 다이아몬드 전력반도체도 주목받는다. 오브레이 등 일본 소재 기업들은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 결정을 성장시켜 경제성 있는 웨이퍼(기판)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도 최근 오브레이와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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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가장 낮은 온도인 영하 273도(절대 0도)에 가까운 극저온용 반도체는 양자컴퓨터 시대 필수 기술로 평가받는다. 양자컴퓨터 정보처리에 활용되는 입자의 양자 상태는 외부 영향을 최소화해야 유지되기 때문에 입자 움직임이 거의 멈추는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다. 반도체 역시 이런 극저온의 환경에서 작동해야 한다.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VTT)에서 분사한 양자기술 스타트업 세미콘(SemiQon)은 절대온도 1도(영하 272도) 이하에서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상보형금속산화물 반도체(CMOS) 트랜지스터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다. 발열 또한 기존 트랜지스터와 비교해 1000분의 1로 줄였다. 새롭게 개발된 트랜지스터는 이미 널리 쓰이는 CMOS 공정을 생산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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