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경기 광주소방서에 보낸 간식들. 사진 경기 광주소방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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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 광주소방서엔 편지 한 통과 함께 음료·라면 등 간식들이 도착했다. ‘구조대원분들께서 구조해주신 한 남자의 아내이자 예쁜 딸아이의 엄마’ A씨가 지난해에 이어 보낸 선물이었다.
A씨는 편지에 “(구조대원들이 남편을) 구조해주던 날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또 한해가 흘러 2년이 지나고 남편의 기일이자 딸 아이의 생일이 됐다”며 “작년엔 (남편의 기일이) 막연히 두렵고 아프기만 한 날이었는데 (소방) 대원분들 덕분에 올해는 조금 다르게 이날을 맞이한 것 같다”고 적었다.
A씨는 광주소방서 구조대원들이 응급처치한 B씨의 아내다. 중장비 기사였던 B씨는 딸의 생일날인 2022년 12월 15일 현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평소 앓던 지병이 문제였다. 즉시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응급처치하고 계속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B씨의 사망은 A씨는 물론, 딸에게도 충격이었다. 지나가는 구급차를 보는 것도 힘이 들었다. A씨는 이후 ‘남편과 커피 한잔하고 싶을 때, 남편에게 옷을 사주고 싶을 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을 때’ 조금씩 돈을 모았다고 한다. 지난해엔 광주소방서에 음료 등 간식과 함께 현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광주소방서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문제로 상할 우려가 있는 음료만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기부금은 A씨에게 돌려줬다. A씨는 이 돈을 남편의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는데 기부했다.
A씨의 마음에 감동한 광주소방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A씨의 딸에게 가방을 선물하고 소방서에도 초대했다. 이 경험은 딸의 자랑이 됐다. A씨는 “아이는 선물을 받고 부끄러워 제대로 말도 못했지만, 친구들에게 ‘소방관 아저씨가 선물해 준 가방’이라고 자랑하고 아까워서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아껴두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저에겐 여전히 가슴 아픈 소방차인데 저희 딸은 ‘엄마. 우리 소방차야. 우리 아저씨들이야’ 하면서 반가워한다”며 “아이도 나처럼 힘들지 않을까.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까 내내 걱정했는데 아주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경기 광주소방서에 도착한 A씨의 편지. A씨는 지난해 남편의 기일을 맞아 소방서에 음료 등을 전달한데 이어 올해는 소방공제회와 아동일시보호소 등에 기부한 사실을 알려왔다. 사진 경기 광주소방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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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기부한 이후에도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조금씩 돈을 모았다. 올해는 이 돈을 소방공제회와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에 남편과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했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날의 구조대원분들의 수많은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고 편지에 썼다.
이어 “(이제는) 아이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이 두렵고 아프기만 한 날이 아니라 감사함을 표현해야 하는 날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모두 구조대원 분들 덕분”이라며 “지금처럼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어디서든 보답하며 살아가겠다. 모든 대원분이 무탈하고 건강하시길 기도하겠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A씨 말고도 광주소방서엔 연말을 맞아 감사 편지 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시민 C씨가 간식 등과 함께 “최근 영화 ‘소방관’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며 “내 가족보다 내게 손 내미는 사람을 우선 붙잡아야 하는 소방관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 밑엔 C씨의 자녀가 쓴 “아빠가 회사 끝나면 집에 돌아오는 것처럼 (소방관) 아저씨, 누나도 꼭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가세요. 힘내세요. 화이팅”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경기 광주소방서에 전달된 C씨의 편지. 사진 경기 광주 소방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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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소방서는 김영란법에 따라 A씨와 C씨가 보낸 간식을 광주시 남부 무한돌봄행복나눔센터에 다시 기부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은 A씨의 편지와 C씨 가족의 편지에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앞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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