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박시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온라인 게임 채팅방에서 상대 부모를 가리켜 음란한 조롱 메시지를 보냈다고 무조건 성폭력 범죄가 되는 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채팅이 오고 간 맥락 등을 고려해, 해당 메시지를 통해 성적 욕망을 충족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따져 봐야 한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을 최근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항소심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3월 온라인 게임 중 상대방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피해자의 게임 실력을 탓하다가 시비가 붙자 "네 XX 몸매 관리 좀 하라 해" "네 XX XX 더러운 것만 하겠냐" 등 모멸감을 주는 메시지를 다섯 차례 보냈다.
재판 쟁점은 A씨에게 피해자와 채팅을 통해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마음이 있었는지 여부로 좁혀졌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13조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적용된다.
A씨 측은 피해자와 A씨가 모두 여성인 점을 강조하며 '성적 욕망 목적'이 없기에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1·2심은 유죄로 인정했다. "메시지 전송이 분노감에서 한 행위일 여지는 있어 보이나, 일그러진 성적 욕망과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가 피해자의 공격적 발언이 있을 때마다 문자를 하나씩 전송한 점에 주목해, 메시지들이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분노를 표출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을 뿐인데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