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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이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에 매물만 쌓이고 있다. 내년에는 금융사 실적 악화와 경기 침체, 고환율, 정치 불안정 등으로 금융권 M&A가 올해보다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 매각이 진행 중이거나 매각 예정인 금융사는 총 12개 사다. 보험사 중에는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KDB생명보험, ABL생명보험, 동양생명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6개 사가 매각을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와 상상인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HB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이들 중 원매자를 찾아 매각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실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화재가 요구한 실사 자료를 MG손보가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노동조합도 매각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직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문제로 검찰 수사까지 진행 중이어서 최종 성사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이밖에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금융사들은 새 주인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KDB생명의 경우 여섯 번의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됐다. 마지막 매각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가 본입찰에 불참했다. 하나금융은 KDB생명의 수익성 대비 투입할 비용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매각을 중단하고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도 올해 롯데손보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모두 중도 포기했다. 롯데손보는 높은 매각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제시한 매각가는 최대 3조원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 역시 여러 차례 매물로 나왔지만, 원매자와 가격협상에 실패해 최종 매각에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올해 성사된 금융사 M&A는 전무하다.
금융사 M&A 시장이 부진한 것은 시장의 큰손인 금융지주사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다. 한동안 금융지주사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금융사 매물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된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이 대표적이다. 2018년 매각 당시 ING생명의 매각가는 2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ING생명의 2017년 당기순이익이 340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가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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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이 진행 중인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16억원이다. JKL파트너스는 ING생명 매각가를 기준으로 2조~3조원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사 몸값이 치솟고 고금리,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금융지주사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전체 금융사 M&A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투자은행(IB)업계는 내년 금융사 M&A 시장이 한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고환율,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사들의 실적도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가 내려가면 원매자들의 인수 자금 조달 비용도 줄어들지만, 그만큼 금융사의 실적이 나빠진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 회장들이 큰돈을 베팅하면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며 “내년부터 전체 금융권의 수익성이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M&A 시장 한파는 계속될 전망이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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