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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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업체 업비트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 20일 오전 8시 26분 한때 1519원까지 급등했다. 당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456.84원이었으니 4.27%가량 더 비쌌던 셈이다. 24일 현재는 이보다 낮은 1500원대 초반에 거래 중이다.
테더는 달러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발행되는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다. 따라서 1달러와 1USDT의 가치는 동일하다. 다만 테더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우 드물게 가격이 1달러를 초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테더의 가치가 고정돼 있는 만큼 투자 목적보다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데 쓰인다.
테더 운영사는 테더에 대한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1184억달러를 갖고 있는데, 이를 대부분 미국채에 투자해 놨다. 테더사의 미 국채 보유량은 976억달러로, 독일(880억달러)이나 멕시코(958억달러)보다 많다.
일각에서는 테더 가격이 실질적인 원·달러 환율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더의 가격은 당국의 개입 여지없이 순수한 시장 참여자들의 수요와 공급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실제 환율은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이나 직접 개입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 테더와 원·달러 환율 간의 차이는 정부 개입으로 인한 인위적 차이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고환율이 계속되면서 당국은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율 방어에 쓰이는 한국은행 외환보유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4000억달러 선에 근접했다.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4153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약 3억달러 줄었다. 또 한국은행은 기획재정부와 올해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거래의 규모와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큰손’ 국민연금이 시장에서 달러를 사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에 이를 당국이 대신 공급해 주겠다는 의미다.
이상민 플루토리서치 대표는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 암시장(블랙마켓) 환율이 실제와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면서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 개입이 없는 테더 시장을 보며 실제 원·달러 환율을 가늠하는 용도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20일 오후 3시 13분 기준 가상화폐 투자 정보 사이트 김프가 홈페이지 모습.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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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가격 차이를 단순히 ‘김치 프리미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김치 프리미엄은 같은 가상자산임에도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의미한다. 현재 테더와 원·달러 환율은 4% 안팎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정보 사이트 김프가에 따르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도 4%가량의 김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김민승 코빗거래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국가에서처럼 자국 통화를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테더 수요가 늘어, 가상자산 가운데 테더만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아직 한국에서는 그 정도의 가격 오차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이라 하더라도 지역이나 거래소마다 가격이 달라 가격을 정확히는 알 수 없다”면서도 “환율의 변동이 심한 만큼 스테이블 코인으로 달러에 대체 투자하는 효과를 내려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수요가 반영돼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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