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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서울 경매시장 찬바람… 강남3구 ‘똘똘한 한 채’도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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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엘스-대치아이파크 등 유찰

이달 경매 31건 중 15건 매각 그쳐

“정책 의구심 커져 당분간 관망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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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출 규제, 탄핵 정국 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움츠러들면서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부동산 하락세에 아파트 수요가 높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도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경·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20일 기준) 강남 3구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31건 중 매각 건수는 1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낙찰가율)은 94.6%로 전월(102.4%)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7월(101.5%) △8월(104.9%) △9월(99.9%) △10월(105.3%) 등 그간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매 낙찰가율 하락세는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12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1.9%로 10월(97.0%), 11월(94.9%)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최근에는 유찰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매각을 진행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119㎡는 감정가가 34억7600만 원이었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감정가는 매각 기일 6개월 전에 책정되는데 그간 실거래가가 감정가 대비 1억 원가량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120㎡도 5일 감정가 38억9000만 원에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는 한강변, 교통 등 미래 가치가 있는 아파트도 감정가 시차 등으로 1∼2회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간 강남 3구 아파트 경매 시장은 ‘틈새 투자처’로 분류됐다.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아 전월세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경매 관심도 동반 하락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39건으로 7월(7901건)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된 9월(3138건)과 10월(3758건) 거래량 모두 규제 도입 전인 7월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둘째 주(0.11%) 이후 상승 폭이 꾸준히 줄어 이달 셋째 주 0.01%로 집계됐다. 이 추세라면 향후 보합(0%) 또는 하락 전환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경매를 통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매수 심리도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에 더해 그간 발표된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까지 커진 상황”이라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낙찰가율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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