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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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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헌정회 원로들 “先개헌 後대선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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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탄핵 정국이 개헌의 적기”

제왕적 대통령제 권한 분산 촉구

조선일보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을 비롯한 헌정회 소속 여야 원로들이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 개헌 후 대선’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중식·조남조·김동주·정대철·유인학·김방림·여상규·이시종 전 의원. 단상 정대철 회장 오른쪽 두번째는 수어 통역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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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의원 출신 원로들이 24일 “현 ‘탄핵 정국’이 개헌(改憲)의 적기”라며 “조속히 개헌 절차에 착수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전직 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는 이날 정대철 회장과 회원 일동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선(先)개헌, 후(後)대선을 제안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헌정회는 “탄핵 소추 시국의 시급성과 국정 상황의 복잡성을 감안해, 이번에는 탄핵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권력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사태의 원인이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보고 통치 구조 개헌에 나서자는 것이다.

개헌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선 “지난 1년간 회원들의 의견 수렴과 학계 공청회 등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제왕적 대통령 권한 분산, 국회의 민주성 강화를 위한 양원제, 지방분권 신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 초안을 마련했다”며 “정치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헌정회는 “여·야·정 협의체가 선개헌, 후대선을 시국 수습의 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논의해 줄 것을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에게 정중히 건의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지금은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헌정회가 이날 회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런 정치권을 향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헌에 나서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정회가 개헌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5선 의원을 지낸 정대철 헌정회장을 비롯해 여상규 사무총장, 김동주·김방림·신중식·유인학·이시종·조남조 전 의원 등 국민의힘과 민주당 출신이 골고루 참석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으로 인해 정치가 파국으로 치닫고, 안보·치안·외교·경제 등 전 분야에 걸친 위기로 국민 불안이 고조에 달했다”며 “이러한 총체적 난국 돌파를 위해 국민 총의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것은 개헌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아울러 이번 개헌이 헌정 질서의 조속한 회복과 국가 백 년 건설의 초석이 되는 점을 고려해 학계와 여러 시민 단체에서도 범국민적 개헌 추진이 되도록 힘껏 동참해 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들이 개헌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제왕적 대통령과 다수 야당이 장악한 국회의 이중 권력 구조가 극심한 여야 대립과 반목의 원인이며, 대통령 탄핵 사태를 반복하는 등 파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의회 권력을 독점한 다수 야당은 입법 폭주와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 소추 남발에 이어 새해 예산안까지 단독 처리하는 등 독주했다. 이에 맞서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을 25회 행사하는 등 야당과 극한 대립을 벌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결국 국회에서 탄핵 소추당했다. 이런 파국적 상황의 근본 원인은 1987년 개헌을 통해 만들어진 ‘87년 체제’의 한계에 있고, 해소 방안으로는 결국 개헌을 통해 통치 구조 등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헌정회는 이번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소추 사태와 무관하게 지난 1년간 회원(전직 국회의원) 의견 수렴과 학계 공청회 등을 통해 개헌안 초안을 마련해 왔다. 헌정회가 마련한 초안에는 5년 단임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고, ‘제왕적’이라 하는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이 담겼다.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해 대통령은 국방·외교 등 외치(外治)를,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경제·사회 등 내치(內治)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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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헌정회는 국회의 민주성을 강화해 다수당의 일방적 독주를 막기 위해 미국과 같은 양원제(兩院制) 도입도 제안했다. 한국이 택한 단원제(單院制) 국회에선 압도적 다수 야당이 출현할 경우 소수 여당과 정부가 견제할 방법이 거의 없다. 반면 주요 선진국이 채택한 양원제에선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해 다수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후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개헌안 국회 의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유권자의 과반 투표와 과반 찬성으로 개헌안이 확정된다. 여야의 초당적 협력과 합의가 이뤄지고 국민적 지지도 뒷받침돼야 개헌이 가능하다. 그런 만큼 헌정회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학계와 시민 단체에 개헌 논의 동참을 요청했다.

헌정회의 개헌 제안과 맞물려 여권에선 대선 주자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구체적 방향에는 차이가 있지만, 현행 대통령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기반으로 국회는 내각 불신임권,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을 갖는 방식으로 개헌해야 한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4년 중임으로 개헌해 5년 단임제 폐해를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 권한 축소형 권력 구조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개헌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대선 공약 등을 통해 개헌 주장을 펼쳐왔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근 외신 기자회견에서 “개헌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야권에선 탄핵 정국이 되자 “개헌보다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 측은 이날 “김 전 총리는 원칙적으로 개헌에 찬성하지만, 지금은 개헌을 논의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칫하면 탄핵 국면에서 개헌 논의가 정략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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