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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사설] 석유화학 구조조정, 탄핵 정국에 실기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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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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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자율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국조실이 관계 부처 독려를



정부가 그제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업계의 자율적인 사업 재편과 친환경·고부가가치 전환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늦은 감이 있다. 중국·중동에서 석유화학 설비가 급증했고, 더 싸고 효율적으로 범용 제품을 쏟아낸 지 이미 오래다. 일본과 유럽은 일찌감치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설비 축소에 들어갔다. 2010년 대비 2023년 석유화학 설비 규모를 일본은 15%, 유럽연합(EU)은 9% 줄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은 70% 늘렸다. 일본·유럽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키웠지만 한국은 나프타분해설비(NCC) 같은 범용 제품에 몰려 있다.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석유화학은 지난해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 5위를 기록한 주력 산업이다. 그런데도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빅4’의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5000억원대에 달한다. 석유화학 업황의 어려움은 일시적이라기보다 구조적이다.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는 지난해 4400만t에서 2028년 6100만t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범용 제품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키우는 사업 재편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존이 힘들다. 석유화학뿐 아니라 철강·전자·디스플레이 등 중국산 범용 제품에 밀리는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지난 9월 무역협회는 “반도체를 빼면 중국이 한국을 다 따라잡았거나 추월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구조조정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 스스로 사업부나 공장 단위 매각을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주도하는 ‘빅딜’이 꼭 정답은 아니다. 과거 정부가 직접 지휘했거나 채권단을 앞세워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자동차·반도체·해운 빅딜은 시간이 지날수록 평가가 박해졌다. 하지만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만 맡기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사업 재편의 유인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업계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독려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나중에 책임질 일은 피하려는 정부의 보신주의를 지적하기도 한다. 구조조정에는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탄핵 정국에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할지 걱정된다. 개점휴업 상태인 대통령실을 대신해 국무조정실이 적극적으로 나서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 어디선가 누군가는 할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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