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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12·3 비상계엄 사태의 기획자로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적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그제 밝혔다. 수첩에는 ‘국회 봉쇄’와 ‘정치인·언론인·노조(노동조합)·판사 등 수거 대상’이란 메모도 확인됐다. 심지어 ‘사살’이란 표현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실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으나, 정황상 노 전 사령관이 북한의 군사 도발을 유도하는 이른바 ‘북풍 공작’을 시도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북한을 자극해 군사적 충돌을 유도했다면 외환죄로 처벌할 수 있다. 다수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외환죄는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 비상계엄 주동자들도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북풍까지 고려했다면 북한의 도발 없이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계엄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취임 이후 북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지난 10월 8일 평양 침투 무인기 사건 배후로 야당은 우리 군을 지목하기도 했다. 설마 하며 넘겼던 이런 일들이 북풍 공작 의혹과 연결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 볼 일이다.
북풍 공작이 실행에 옮겨져 북한이 도발을 해왔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장악했을 공산이 크다. 군 병력이 국회 진입을 시도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무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그랬다면 계엄 주도 세력들의 의도대로 주요 정치인·언론인·판사 등이 체포되고, 지난 4일 새벽처럼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신속하게 의결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환까지 유도하려 했다면 한국 정치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이 실제 작전 구상으로 드러난다면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는 북파공작원(HID) 요원들을 비상계엄 당시 경기도 성남 판교 정보사 사무실에 불러 모았던 장본인이다. HID 요원들을 북한이 남파한 것처럼 꾸며 소요를 일으킨 뒤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국수본은 철저히 수사해 이 위험천만한 ‘불장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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