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권영세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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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24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친윤석열(친윤)계 권영세 의원을 지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한동훈 전 대표가 물러난 지 8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개국 공신이자 초대 내각 출신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쇄신과는 거리가 먼 퇴행적 인선이란 평가가 나온다. 원내대표에 이어 비대위원장까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온 친윤계가 맡게 되면서 여당의 ‘내란 옹호 세력’ 이미지는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으로 권 의원을 지명하는 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앞서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당 재정비와 쇄신을 이끌 권영세 비대위원장 후보를 국민께 보고드린다”며 통합의 리더십과 안정감, 당정 간 호흡 등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오는 30일 비대위원장으로 최종 확정된다.
권 권한대행은 당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5선 중진인 권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적합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9~20일 초선·재선·3선·4선 등 선수별 의원 간담회를 통해 권영세·나경원 의원 등 2명으로 추천 의견을 모았다. 권 권한대행은 “여러 의견을 들은 뒤 최대공약수를 뽑았다”고 말했다.
권 의원 지명을 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 쇄신과는 거리가 먼 인선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 내란 사태 이후 여당의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에 모두 친윤계가 선출되는 것이다. 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는 커녕 윤 대통령 옹호 세력들로 지도부를 꾸린 것이다.
권 의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는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불참했고, 지난 10일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표결에는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참석했다.
권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선거대책본부장,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친한동훈계인 박상수 전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보수를 선보이려 했지만 결론은 계엄과 권성동, 권영세, 나경원”이라고 비판했다.
투톱인 권 권한대행과 함께 검사 출신으로 지도부가 구성됐다는 점도 지적을 받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전날 뉴스레터에서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 대통령 모두가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된 지금의 정치는 과거의 잘못과 책임만을 따지며 반복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인 특유의 잘잘못을 따지는 태도가 비상계엄 같은 정치적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당내 다수인 탄핵반대파의 지지로 지명된 만큼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윤석열 지키기’ 방침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기자들이 ‘비대위가 조기 대선 준비위 성격 아닌가’라고 묻자 “조기 대선은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오지도 않았다”며 “지금은 우리가 대선을 생각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친윤 지도부라는 비판에 대해 “친윤이었던 분들은 많은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경험자의 재소환으로 봐주면 되겠다”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보수 여권의 원톱, 구심점으로 복귀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권 의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윤 대통령을 지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 성찰, 사과의 의미는 담기지 않은 퇴행적인 지도부가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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