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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美의회조사국 “권한대행 체제 韓, 외교정책 지속 가능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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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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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산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CRS)이 내년 1월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계엄·탄핵 정국을 맞은 한국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23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주한미군 규모,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과 관련해 강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불법 계엄 선포 이후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한국이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는 관측을 담았다. 또 대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관계 확장 같은 현 정부의 주요 외교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1914년 설립된 CRS는 미 입법부의 싱크탱크로 의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투톱’으로 발탁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각각 상·하원의원이다.

한국 정부의 ‘리더십 공백’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같은 날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트럼프 당선인 측과)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외교장관급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트럼프 당선인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접촉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미 소통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 “尹정부 외교정책 지속 가능성 의문”

CRS는 보고서 첫 문장부터 “2024년 12월 한국은 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포함해 미국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거론한 뒤 “미 정책 입안자들과 의회가 직면한 질문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시행하면서 주한미군사령관 등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게 동맹 조율 상태에 대해 우려할 만한 상황인지 여부”라고 짚었다. 한국의 계엄 및 탄핵 정국이 한미 동맹 자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칠 지정학적 영향 등을 진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CRS는 “향후 미 차기 행정부가 관세와 주한미군 규모, 반도체 및 기타 기술 분야 정책, 한미 방위비 분담 협정 수정·철회 등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변화들을 추진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서울(한국 정부)은 자국 입장을 주장하는 데 불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안보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공세적으로 나와도, 한국은 제한적 권한과 임시적 위상만 지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CRS는 또 계엄·탄핵 정국의 후폭풍으로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주요 외교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억제 중심’ 대북 강경책에 대해 “한국 진보 진영은 대북 관여 정책을 더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동맹 네트워크에 한국을 통합시키고자 했지만, 진보 진영은 이를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對)중국 정책 역시 윤 대통령은 중국에 공개 비판할 의지가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러한 접근법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대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관계 확장도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의 핵심”이지만, 이 대표는 이러한 접근을 “수치스럽다”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차 탄핵안에는 북한,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내용도 탄핵 사유로 포함돼 있었다.

● “트럼프 측과 고위급 대면 소통 나설 것”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 미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소통할 것”이라며 “가급적 조속히 외교장관 등 수준에서 대면 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희망하면 한 권한대행이 통화는 물론 대면 회동까지 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 우려에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소통 노력을 지속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당국자는 “현재로선 (고위급 대면 회동 등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방미 중인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계엄 이후 중단됐던 양국 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완전히 재개키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과는 여전히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외교 일정 재개는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단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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