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 승부수 던졌다…'이사수 제한' 통할까?

최 회장 측, 이사 수 '최대 19명' 안건 상정

영풍 측 이사회 과반 저지 전략될 수도

집중투표제도 '3% 룰'로 도입 가능성

영풍 측 "경영권 연장 시도"라며 비판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0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이사회 이사 수 최대 19명 제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내달 23일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확정했다. 특히 이사 수 상한선을 19명으로 정해 영풍 측 과반 확보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또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영풍 측에 비해 부족한 지분율을 상쇄해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영풍 측은 이와 관련 "표 대결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 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스스로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 방안'이라고 규정했는데도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이를 도입하면 안된다는 모순된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고려아연이 이사 수 제한 등 임시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사 수 제한·집중투표제 추진 배경은?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전날 임시 이사회에서 확정한 임시 주총 안건 중 이사회 '이사 수 최대 19명 제한'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안건'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이사 수 19명 제한으로 영풍 측은 내년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과반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사수가 13명(고려아연 측 12명, 영풍 측 1명)인데 추가로 진입할 수 있는 이사는 최대 6명에 그친다. 영풍 측 추천 이사가 모두 선임된다고 해도 고려아연 측 이사 12명, 영풍 측 이사 7명 구도가 된다.

집중투표제도 영풍 측과의 지분율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될 지 주목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로 다수 이사 선임 건마다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내년 임시 주총에선 고려아연 측 7명, 영풍 측 14명 등 총 21명의 이사 선임 안건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주식 1주를 가진 주주가 21명에게 각각 1주의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특정 이사에게 21주를 몰아줄 수도 있다.

고려아연 측은 내달 임시 주총에서 제1-1호 의안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제1-2호 의안으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을 다룬다.

이들 안건을 가장 먼저 가결시키면 이후 영풍 측 이사 선임 규모를 제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만큼, 주총 의사결정 진행을 주도하며 더 유리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2024.1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최윤범 회장 측 '안건 통과' 가능성 있다

결국 고려아연 측의 정관 변경 안건 통과 여부에 따라 임시 주총 표 대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안건이 주총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관 변경 안건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이다.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안건을 가결시킬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임시 주총에 참여하는 영풍 측 지분율은 40.97%로, 최윤범 회장 측보다 6~7%p 앞서 있다는 진단이다. 이 지분 구도에선 영풍 측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고려아연 측 정관 변경 안건 가결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따라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최윤범 회장 측에게 찬성표를 던지면 정관 변경 안건 통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관투자자들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이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권고하는 상장사 적정 이사 수가 '20명 미만'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사 상한선 제한 안건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집중투표제 도입은 이른바 '3% 룰' 적용을 받아 통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도 들린다.

상법 제542조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최대 3%로 제한한다. 고려아연 지분율이 25.42%의 영풍도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단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이 영풍 측보다 집중투표제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 처리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n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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