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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연방 차원에서 사형 집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한다"며 "새로운 행정부가 내가 중단한 사형 집행을 재개하도록 둔 채 물러서 있을 수 없다"고 감형 배경을 밝혔다. 그는 "오해하지 말라"며 "나는 이 살인자들을 비난하고, 그들의 비열한 행위로 인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상상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겪은 모든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 연방 사형수 40명 가운데 37명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형이 줄어들었다. 사형이 그대로 선고된 나머지 3명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당시 폭탄테러를 함께 일으킨 조하르 차르나예프, 2017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을 공격해 11명을 살해한 로버트 바워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감리교 교회에서 9명을 죽인 백인우월주의자 딜런 루프 등 모두 테러 또는 증오범죄에 의한 대량학살범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형 반대론자이며 테러, 증오에 의한 대량학살에 대해서만 사형을 지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결정은 사형수들의 운명을 두고 몇주간 씨름한 끝에 내려졌다"며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에서는 트럼프에게 백악관을 넘기기 전 바이든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촉구가 이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주일 정오 기도에서 미국 사형수들의 감형을 위해 기도하자고 공개적으로 말하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형을 촉구한 바 있다. 가톨릭 신자이자 사형 반대론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찬반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미국은 "사형은 극도로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품위 훼손적 처벌이다. 이번 조치는 인권에 있어 큰 순간"이라고 감형 결정을 환영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의 앤서니 로메로 사무국장은 "대통령이 인종적 정의, 인류애, 도덕성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서의 유산을 굳건히 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바이든 임기의 주요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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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당선인측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감형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들(사형수)은 세계 최악의 살인범들"이라며 "바이든에 의한 이 혐오스러운 결정은 피해자, 그 가족, 피해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인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이 백악관에 돌아오면 법치주의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달 1월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표적 사형 찬성론자로 손꼽힌다. 1기 집권 당시인 2020년에는 연방 차원에서 중단됐던 사형 집행을 17년 만에 재개하는가 하면, 임기 말기까지 13건의 사형을 집중적으로 집행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인 톰 코튼 상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민주당은 바이든의 터무니 없는 결정을 사형에 대한 원칙적이고 전면적인 반대라고 옹호할 수조차 없다"며 "정치적으로 가장 독성이 강한 세 가지 사건은 감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는 "바이든이 감형해 살려준 사형수들은 선원부터 8살짜리 어린이까지 미국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희생자를 죽였다"고 주목했다. 이번에 사형을 면한 사형수 가운데는 자동차를 강탈해 연인을 죽인 마르시비츠 바넷, 12세 소녀를 납치해 살해한 토마스 샌더스, 식당 주인을 납치한 후 살해한 레존 테일러, 감옥을 탈출한 후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브랜든 바샴과 채드릭 풀크스, 교도관을 죽인 앤서니 배틀 등이 포함돼있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는 27개주에서 여전히 사형이 집행되고 있다. 사형 정보센터에 따르면 2024년 집행된 25건의 사형 중 76%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앨라배마, 미주리, 오클라호마, 텍사스주에서 집행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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