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오세훈 -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소추 사태의 교훈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24.1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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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을 아노미로 몰아넣고 있다. 국가 리더십의 공백 속 여권은 ‘배신자’ 공방으로, 다시 광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찬반 대결로 요동친다. 고장난 정치의 단면이다. 헌정사상 세 번째, 보수당으론 불과 8년 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이 사태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여당의 중진 정치인이자 유력한 차기 후보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찾은 이유다. 계엄이 발령된 12월 3일 심야, 국민의힘이 당시 한동훈 지도부의 ‘계엄 반대’ 표명에도 상당수 의원의 동선이 엇갈리며 갈팡질팡할 때 오 시장은 ‘계엄 반대와 철회’를 요구했다. 광역 시장·지사 중에선 최초의 입장 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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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치른다면 개헌이 화두 돼야
협치 위해 내각 불신임-의회 해산권을
시장 중도 사퇴한다면 안타까운 일
당은 사죄하고 국민들과 함께 가야
오 시장은 “지금 탄핵이냐 아니냐, 누가 찬성했냐 반대했냐, 누구는 된다 안 된다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며 “대통령제의 결정적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와 담론이 무르익을 때도 됐다. 5년, 10년 살고 말 나라가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화두는 개헌이 돼야 한다”며 “협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가 등장해야 하고,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걸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개헌을 공약으로 걸고 경쟁하고, 23대 총선이 치러지는 2028년에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선출될 21대 대통령 임기 단축(5→3년)이 불가피해진다. 인터뷰는 22일 오후 서울시장 공관인 서울파트너스 하우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광역단체장 중 첫 ‘계엄 반대’ 표명
Q : 계엄 철회 요구 당시의 심경은.
A : “바로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서울시장이 수도통합방위 의장이 되기 때문에,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뭔지 챙기고 바로 참모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계엄포고문을 보면 장관·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 남발이나 예산안 일방 처리 등을 언급하면서 야당의 의회 폭거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일종의 정당방위라는 취지를 담았는데, 비례성과 긴급성에 있어서 국민 상식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는 판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비유하자면, 빈손으로 위해를 가하는 자에 대해서 총을 쏴버리면 과잉 방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주당 의원 수사 검사를 탄핵하고,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사안을 감사한 감사원장을 탄핵하는 일들이 폭거이고 도발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계엄을 선포할 정도로 시급하지도, 비례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비상계엄이 국제신인도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빠르게 계엄 철회가 돼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Q : 여당이 수습은커녕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갤럽 조사(20일 발표, 국민의힘 24%·민주당 48%)에선 당 지지율이 더블 스코어 차이가 났다.
A : “정당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적 신뢰와 사랑을 잃어선 안 된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탄핵 소추에 대해 우리 당의 다수 국회의원이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굉장히 우려한다.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탄핵 소추와 탄핵받아 마땅하다고 보는 탄핵 찬성은 구분해야 한다. 계엄에 반대하는 것과 탄핵에 찬성하는 것도 별개의 문제고 논리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 당의 가장 바람직한 입장은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과도했던 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께 사과하는 것이다. 국민께 심려를 끼치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데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게 없는 게 참 안타깝다.”
Q : 여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A : “최대한 빠른 속도로 헌재의 심판이 이뤄지도록 협조해 불안한 경제 상황과 대외 신인도의 하락을 최소화해야 한다. 저는 고육책으로, 탄핵 소추가 이뤄지더라도 일치된 당론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이 표결로 탄핵 소추에 이르게 되면 서로 반목·갈등하게 되고 심리적 분당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24.1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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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외부 영입의 한계
Q : 8년의 시차를 두고 보수당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반복됐다. ‘배신자’ 프레임으로 싸우는 것도 박근혜 대통령 때하고 똑같다.
A : “우리 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돌이켜 볼 때라고 생각한다. 이회창 총재부터 박근혜·이명박·윤석열 대통령까지 영입 인사다. 우리 당은 외부 명망가, 외부에서 큰 성취를 이룬 분들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하는 데 익숙하다. 당 내에서 사람을 키우는 데는 익숙지 않다. 많이 착각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보수 본류인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영입된 거지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분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생 기업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룬 성취의 상징 자본이다. 그래도 국회의원, 서울시장 하고 대통령을 했기 때문에 영입 인사 치고는 비교적 탄탄한 과정을 거칠 기회가 있었지만, 영입 인사인 건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젊었을 때부터 정당에서 정치를 훈련받거나, 중국의 지도자 양성 시스템처럼 중앙과 지방을 오가고 정당과 행정부를 오가는 나선형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분들이 없었다. 민주당은 지방의원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오고 당과 행정 경험, 중앙 정부나 대통령실 행정을 두루두루 나선형으로 돌면서 점차 인정받은 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좀 더 책임 있는 위치로 갈 수 있도록 한다. 정치권에서 훈련받고 시행착오를 겪게 되면 참신성은 떨어지고, 이것이 정치 혐오와 맞물리면서 단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명망가를 영입해 단점이 드러나기 전에 속도전으로 가는, 쉬운 길을 택하는 거다.”
Q : 보수의 실패인가.
A : “그렇다고 보수 정당, 보수의 가치가 궤멸된 건 아니다. 보수 정당의 인재 양성 시스템에 하자가 있었던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이런 국가적인 불행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다운 반성이 없었다. 그래놓고 또 검증되지 않은, 정치라고는 처음 하는 분을 영입해 간판으로 내세워 성공했는데 이분이 민주 정치에 대한 내재화된 가치를 장착하기 전에 대통령직에 올랐다. 이번에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되면 또 뭔가에 쫓겨서 대선 국면으로 들어갈 텐데, 선거 승리가 유일한 목표가 되면 또 반성을 못 하게 될까 걱정이다.”
Q : 어떻게 무너진 시스템을 복원할 수 있을까.
A : “(야당이) 요건에도 맞지 않는 (장관 등) 탄핵을 남발하고, 그 남발되는 탄핵에 대항하기 위해서 요건에도 맞지 않는 계엄을 동원하는 국가적인 불행은 시스템이 불완전해서 생긴 결과다. 만약 내각 불신임 제도와 의회 해산 제도라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안 생겼다고 본다. 야당의 폭주도 안 생겼고 대통령의 탄핵 폭주도, 계엄 폭주도 안 생겼을 수 있다. 문제 있으면 야당이 내각을 불신임하면 된다. 불신임을 받은 내각은 의회 해산권을 행사하고, 선거를 다시 하면 또 새로운 질서가 생겨난다.”
Q : 그러려면 개헌이 불가피한데.
A : “87년 개헌 때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중에 몇 개를 덜어내 밸런스를 맞추면서 의회 해산권을 주고 내각 불신임권을 줬더라면 과연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윤 대통령도 나름 억울한 점이 있을 거다. 일 좀 하려는데 장관들 탄핵하고 자기 수사했다고 검사 탄핵하고 판사도 탄핵한다고 공갈치고…. 대통령 입장에선 ‘이게 나라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합법적인 시스템이 우리 헌법 질서 내에 있었다면 과연 계엄을 선택했을까. 의회 해산과 내각 불신임 제도는 서로 균형을 맞춰 협치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제도다. 다음 대통령 누구를 뽑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화두는 개헌이 돼야 한다. 모든 후보가 개헌을 약속하고 등장해야 된다고 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24.1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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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정권 중간평가 기회로
Q : ‘선 대선, 후 개헌’의 로드맵은.
A :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헌안을 마련해서 개헌안과 동시에 대선을 치르면 제일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그게 안된다면 차선책으로 모든 후보가 개헌을 약속하는 거다. 내각 불신임-의회 해산권을 주고 대통령 권한은 최대한 감소시키는 개헌안을 통과시키는 걸 전제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후보들이 나섰으면 좋겠다. 아울러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감수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
Q : 87년 체제의 종식이 될 수 있겠다.
A : “또 하나는 지금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대통령 선거 일정이 계속 엇박자 나고 있다.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바꾸면서 다음 총선(2028년)까지 3년만 하겠다고 공약하고 나온다면 다음 총선과 대선을 함께 할 수 있다. 그사이에 지방선거 때 중간평가 받고.”
오 시장의 임기는 2026년 6월이다. 만약 내년 2월 28일 이전에 사퇴하면 4월에 보궐선거를 해야 하지만, 5~6월 사퇴하면 보궐선거 없이 직무대행 체제가 된다. 출마 결심이 섰는지 물었다. 그는 “많은 국민들의 니즈가 있다면 고민을 해봐야 되겠지만, 지난번에도 시장직을 중도 사퇴해 부담스럽다. 시장직을 중도에 사퇴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똑 부러지게 말은 안 했지만 “안타깝다”는 데 방점이 찍힌 답변으로 들렸다.
이정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
이정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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