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판도라상자 된 ‘노상원 수첩’
10월 평양 상공서 추락한 무인기
北 무력 도발 유도작전 가능성 제기
계엄 사태 이후 대비 정황도 담겨
노상원 주도 별도수사대 구성 시도
60명 규모… 선관위 서버 확보 임무
김용현, 포고령 후 인사문건 작성
23일 국수본이 공개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내용과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표현이다. 해당 메모가 실제로 이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계획이 최근 북한 평양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노상원의 ‘부정 푸는 법’ ‘12·3 비상계엄 사태’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한 경기 안산시 상록구 소재 점집 앞에 23일 제사 용품과 ‘부정을 푸는 법’을 적은 종이가 쌓여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노 전 사령관의 점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비상계엄 후 수사 계획과 ‘국회 봉쇄’ 등의 표현이 적힌 수첩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안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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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올해 10월11일 “한국이 3일, 9일, 10일 심야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면서 무인기가 물체를 떨어뜨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우리 군 당국이 “일방적 주장”이라며 부인하자 북한은 재차 평양 일대에 추락한 무인기 잔해를 공개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자, 북한은 같은 달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조종모듈을 분석한 결과라면서 “무인기는 10월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해 우리 공화국의 영공에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거듭된 주장에도 정부와 군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무인기 논란은 가라앉는 듯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무인기가 서해 NLL 이남에서 이륙해 북한으로 날아갔다는 주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무인기와 관련해 군사적 대응을 했다면, 우리 군이 정당한 대응을 내걸며 NLL 일대에서 모종의 움직임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보면, 북한의 무력 도발을 지렛대로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 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풍 공작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밝혀질 경우 외환죄 혐의 적용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지점에 대한 원점 타격, 우리 무인기의 평양 상공 투입 등을 지시했다며 김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죄와 함께 외환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북한의 국지적 도발을 유도해 국헌을 문란하거나 계엄 사태를 이끌어 가려 했다면 충분히 외환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며 “내란죄에 더해 외환죄까지 더 무거운 죄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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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계엄 사태 이후를 대비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국회 봉쇄’ 및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동조합·판사·공무원 등 수거 대상’이라는 내용이 발견됐다. 심지어 ‘사살’이라는 표현까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수본은 이달 1일과 비상계엄 당일인 3일 두 차례 이뤄진 일명 ‘햄버거 회동’에 대해선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산하에 별동대 격인 ‘수사 2단’을 꾸리려는 모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당시 회동은 노 전 사령관이 중심이 돼 별도의 ‘수사 2단’을 만드는 모임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노 전 사령관이) 직접 운영하려는 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첫 번째 역할은 선관위 서버 확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수본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김 전 장관이 계엄 당일 포고령 발령 이후 전달한 명령 문건도 확보했다. 문건엔 수사단장을 포함해 총 60여명의 군인 명단이 적혀 있었고, 이에 근거해 인사발령 문서까지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을 단장으로, 2차 회동 참석자인 김모 전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대령)을 1대장, 1차 회동 참석자인 정보사 김모 대령과 정모 대령을 각각 2대장과 3대장으로 삼는 등 총 3개 부서로 구성된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엔 내란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된 군 관계자 15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이 명단에 직접 포함되진 않았다.
백준무·박수찬·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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