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전업 카드사 금리 14.62%···3개월 연속 올라
카드론 잔액, 최다 경신 중···서민 이자 부담 '쑥'
여전채 금리, 연초 4%서 전월 말까지 0.8%p '뚝'
신판 수수료 막히자 카드론으로 수익 보전 나서
서민·취약계층의 '급전' 통로로 꼽히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연일 불어나는 가운데 카드론 금리도 하반기 들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불황형 대출인 카드론의 금리가 뛰고 있어 서민 부담이 갈수록 가중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7개(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 전업 카드사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14.62%를 기록했다. 전월(14.6%)보다 0.02%포인트 오른 것은 물론, 지난 8월(14.42%)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카드론 금리는 올해 들어서면서 상반기 말(14.27%)까지 완만한 내림세를 보여왔으나, 7월 들어 다시 상승 전환해 9월부터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카드론은 카드사가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담보 대출이다.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 급전을 필요로 할 때 주로 쓰인다.
카드론잔액은 매달 최다 기록을 경신 중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생활물가마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에서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인 지난 10월 말(42조2201억원)보다 3252억원 불어났다. 자금 여건이 어려워 카드론으로 돈을 빌리는 차주는 늘어나는데, 이들이 감당해야 할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카드 업계의 주요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금리는 되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여전채(3년물, AA+) 평균 금리는 3.195%를 기록했다. 전월 말(3.086%) 대비 금리가 소폭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올해 1월 말 4%를 넘나들던 수준과 비교해 0.8%포인트(p) 이상 떨어졌다. 여전채 금리는 올해 들어 매달 완만하게 하강 곡선을 그려왔다. 카드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는 탓에 여전채를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런 조달 금리가 올해 꾸준히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카드론 금리는 계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다.
카드 업계는 이에 대해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토로한다. 올해 전업 카드사들은 업황 악화 흐름 속에서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보니, 카드론 금리 산정에서도 이런 건전성 관리 기조가 반영된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는 500점대 저신용자 카드론을 취급하는 만큼 금리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를 통해) 신용판매 수익이 다시 한번 떨어지게 되면서 본업인 신판에서 경쟁력을 잃고, 카드론으로 올인해 수익 보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면서 "카드론 금리까지 내리면 수익 창출이 힘들어 별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도 "카드사의 본업인 신판 수수료를 정부가 강제적으로 내리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는 카드사들이 불황형 대출인 카드론으로 수익을 보전하려는 불합리한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박성준 기자 p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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