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첨단분야 석박사 4년째 정원 확대…학계 "있는 학생도 나갈 판인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반도체 학사모 그래픽 이미지.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년 서울대·서강대 등 수도권 대학의 인공지능(AI)·반도체학과 석·박사 정원이 390명 늘어난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부터 시행해 온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정책의 일환이다. 반면 학계에선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정원만 늘리는 식으론 우수 인재를 키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23일 교육부는 2025학년도 서울대·서강대·중앙대 등 수도권 대학의 첨단 분야 석·박사 학과 정원을 390명 증원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소재 13개 대학 53개 학과가 석·박사 정원을 1254명 늘리겠다고 신청했는데, 교육부가 심사를 거쳐 12개 대학 43개 학과를 승인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10명), 서강대 인공지능학과(15명) 등의 대학원 정원이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별로 내년 2학기부터 늘어난 정원만큼 학생을 모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첨단 분야 대학원 정원을 늘리기 위한 요건을 완화해왔다. 기존에는 대학이 수익 재산이나 일정 규모의 건물·토지 등을 갖춰야만 정원을 늘릴 수 있었지만, 이젠 교원만 기준 이상 확보하면 첨단 분야 대학원 정원을 늘릴 수 있다. 중도 이탈하거나 충원하지 못한 학생 수 만큼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2022학년도부터 2024학년도까지 2443명의 첨단 분야 석·박사 정원이 늘었다.



공대 대학원 충원율 84.2%…“지금 정원도 못 채워”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첨단 분야 전문 인력을 목적으로 정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늘어난 정원만큼 대학원생을 채우는 대학·학과가 드물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증원된 첨단학과의 신입생 충원율은 73.6%로, 정원 3212명 중 입학 인원은 2363명에 불과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공학계열 대학원의 올해 재학생 충원율(정원 내)은 84.2%에 그친다. 이번에 증원된 서울대·서강대·중앙대도 일반대학원 공학계열 재학생 충원율이 91.7%(4141명 정원 중 3799명 재학생)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태다.

KAIST의 한 교수는 “이공계특성화대학조차 대학원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원이 발생한 곳의 정원을 늘려준다는 게, 채우지 못하는 곳의 곳간만 늘려준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IT 박사학위 취득자 23% “연봉 4000만원 미만”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특히 이공계 학생들 사이에선 대학원 진학보다 대기업 취업이나 의약 계열로 갈아타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원생에 대한 낮은 대우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17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4년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공학, 제조 및 건설’ 분야 박사 취득자의 25.3%, ‘정보통신’ 분야의 박사 취득자 23%가 현재 연봉 수준에 대해 4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공학 분야 박사 과정을 밟는 한 학생은 “박사 학위를 받고 기업에 가도 요즘은 기업에서 그렇게 우대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오히려 지나치게 ‘고스펙’인 경우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백정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대학정책연구소장은 “첨단 분야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대학원 역량 강화가 같이 진행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고등교육정책이 학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대학원에 더 관심을 갖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