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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윤석열에게 등 돌렸다"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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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국회 앞 탄핵 함성, 계엄의 어둠을 걷어내다



인구 3.5% 이상이 광장서 평화시위 진행하면 정권 붕괴…3.5% 법칙 작동

尹이 무슨 말해도 ‘계엄’을 떠올리면 안 먹혀…내란죄 성립이 다수 여론



중앙일보

2024년 12월 14일 여의도 국회 앞길과 도로를 가득 메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인파. 중도층이나 무당층이거리에 쏟아져 나오면 그 정권은 예외 없이 무너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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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그 나라 전체 인구의 3.5% 이상이 광장에 집결해 평화적 시위를 진행하면, 그 정권은 붕괴된다’는 이론이다.

2024년 대한민국 인구가 대략 5100만 명이니까 ‘매직 넘버’는 약 180만 명이 된다. 이 숫자는 과학이 아니라 상징에 가깝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경도되지 않은 중도층이 돌아섰다는 움직일 수 없는 정황증거라 할 수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승만(4·19혁명), 박정희(부마항쟁), 전두환(6월항쟁), 박근혜(촛불집회)가 그렇게 권력을 상실했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투표를 앞둔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주말의 시작인 토요일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은 정말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인파로 가득찼다. 굳이 묻지 않아도 목적지는 같았다. 여의도역까지 가는 도중에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고, 타려는 사람만 늘어났다. 탑승하지 못하고 다음 전철을 기다려야 하는 이들도 결코 체념하지 않았다.

체감온도 영하를 밑도는 칼바람 추위조차 발길을 돌리게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그곳에 가서 의사를 관철하겠다는 시민들의 결의는 그 이상이었다.

여의도역에 도착해 국회의사당 방면으로 걸어가는 여정에서, 3.5%의 법칙은 개념이 아닌 현실로 와닿았다. 탄핵안 표결까지 2시간가량 남은 시간이었지만, 투표 결과를 볼 것도 없이 윤 대통령은 더 못 버티겠구나 하는 심증이 굳어졌다.

여의도는 여의도공원을 사이에 두고 국회의사당 중심의 서(西)여의도와 금융가, 쇼핑가가 밀집한 동(東)여의도로 나뉜다. 여의도역 3번 출구에서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까지 1㎞도 안 되는 거리를 걷는 데 1시간 10분이 넘게 걸렸다. 맑고 차가운 날씨 속에 주최 측 추산 20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20만 명)의 시민이 거리 곳곳에 쏟아졌다.

사람에 떠밀려가듯 걷고 있는데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들렸다. 줄여서 ‘다만세’로 불리는 이 노래는 언젠가부터 시위송의 아이콘이 됐다. 군중의 떼창 소리가 이어졌다. 심지어 화음까지 넣었다. 8년 전 탄핵 집회 때와 다른 점은 촛불이 응원봉으로 바뀐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엄근진(엄숙·근엄·진지)’의 자리를 유쾌와 해학이 대체했다.

그날 여의도는 온통 깃발의 향연이었다. 투쟁, 혁명 같은 살벌한 단어 대신 “‘누’구든 ‘칼’을 뽑은 자는 ‘협’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세로쓰기로 읽으면 ‘누칼협’이 된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지만 거리로 나왔다는 자발성을 암시), “(윤)상현이가 엄청 혼났던 그날, (한)동훈이가 (한)덕수와 입맞춘 그날, 니네팀(국민의힘) 다같이 투표 안 한 그날, (김)재섭이도 결국 마음 바꾼 그날”(아이폰 광고곡으로 알려진 뉴진스의 ‘ETA’ 가사를 패러디) 등의 깃발이 펄럭였다.



“춥다고? 야, 추워도 탄핵은 해야지”



한 맘(mom)카페 회원 여성은 “원래 해외여행을 가려고 500만원을 모았다. 하지만 계엄을 목격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며 “그 돈을 버스 한 대를 빌리는 데 쓰기로 했다. 시위에 동참한 엄마들이 버스에서 아기 기저귀를 갈아줄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춥다”라는 친구의 말에 “야, 추워도 탄핵은 해야지”라고 발끈하는 여고생들의 대화도 들렸다. 그 근처에선 엄마와 딸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서 조사한 12월 7일 여 의도 탄핵 집회 참가자 비율을 살펴보면 20대 여성(23%), 30대 여성(12%), 50대 남성(12%), 40대 여성(9%), 40대 남성(9%), 50대 여성(9%) 순이었다.

다시 말해 12·3 계엄 이후 여의도의 풍경은 곧 윤석열 정부를 추동했던 ‘세대포위론’이 처절하게 붕괴된 현장이기도 했다. 2022년 3월 9일 윤 대통령은 48.56%의 지지율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0.73%차로 이기고 당선됐다. 이때 윤 대통령을 지지한1639만4815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폭등에 따른 증세에 분노한 수도권 유주택자, 젠더 갈등을 유도하는 ‘갈라치기’에 돌아선 2030 남성층, 지지층만 편드는 ‘내로남불’에 환멸을 느낀 중도층 등이 기존 보수 지지층과 연대한 결과였다. 소위 4050 진보층, 2030 여성층, 호남 지역만 민주당 지지로 고립시키는 세대포위론이 주효하며 윤 정부는 2022년 6월 지방선거까지 압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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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하며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 세력을 거론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나온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11%에 불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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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취임 후 949일 만에 탄핵을 당한 것이다. 취임 후 불과 2년 7개월밖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탄핵 직전인 12월 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11%로 취임 후 최저를 찍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이어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하며 우파 진영은 사실상 궤멸됐다.

광장에 나오지 않는 보수의 침묵에 서린 행간은 이런 당혹감을 함축하고 있다. 금융계에서 일하다 은퇴한 70대 남성 김치훈(가명) 씨는 부산 토박이다. 살면서 보수당을 찍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4%(2016년 12월 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까지 떨어졌을 때에도 지지했다. 끝까지 탄핵에 반대했고, 홍준표(현 대구시장) 후보를 찍었다. 이런 김씨조차 12월 12일 “계엄은 통치행위”라고 주장한 윤 대통령의 녹화 대국민담화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그 어떤 호소로도 계엄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란 깊은 탄식이었다. 그는 “내 주변 분위기를 봐도 이번만큼은 탄핵을 반대할 수 없다”며 “다만 헌법재판소에서 법리로 다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이 무섭다는데, 심신미약 윤석열 더 무서워”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24년 하반기(7월) 이후 단 한 번도 30%를 넘지 못했지만, 12·3 계엄령 선포 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12월 6일 16%에 이어 1주일 만에 5%p가 더 내려갔다. 반면 부정 평가는 처음으로 80%대(85%)를 기록했다. 60대와 7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20대 3%, 30대 6%, 40대 7%, 50대 7%)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불과했다. 심지어 60대와 70대의 부정 응답도 각각 76%, 65%에 달했다.

지역별로 봐도 대구·경북(TK)에서 긍정 평가는 16%, 부산·울산·경남에서 18%였다.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윤석열 정권을 지탱하는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영남과 노인층의 지지마저 떠나고 있는 정황”이라고 바라봤다. 실제 국민의 4분의 3인75%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또한 ‘12·3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71%에 달했다.

가뜩이나 팬덤층이 빈약한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걷잡을 수 없이 소멸되는 현상을 지켜보는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속내는 복잡하다. 윤 대통령이 워낙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법리적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다가올 민주당 정권에 대한 생래적 공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이정희(가명) 씨는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이 구속됐지만, 이재명이 자기 재판을 지연시키며 대통령이 된 것처럼 설치는 꼴을 지켜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강남 다주택자인 50대 대기업 홍보팀 출신 김성근(가명) 씨도 “이제 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계엄’을 떠올리면 안 먹히는 상황”이라며 “보수의 미덕은 안정감인데, 왜 이런 자폭을 감행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 첫째로 종부세가 걱정되고, 둘째로 저런 부도덕한 사람이 국가 수장이 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든다”고 덧붙였다.

개혁 보수 성향임을 자처하는 대구의 40대 직장인 손동운(가명) 씨는 “12일 윤 대통령 담화를 보며 울컥했다. 내 주변을 보면 대구는 분노보다 안타까움이 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보수의 심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대구 서문시장의 칼국수가게 주인은 언론을 향해 “손님들이 ‘밥맛 없다’고 핀잔주는 것이 듣기 괴로워서 (윤 대통령 사진과 친필 사인을) 떼어냈다”고 고백했다. 손씨도 “윤 대통령은 자기가 자기를 찌른 셈이지만, 두 번은 안 당한다”고 강변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 당선 때처럼 TK(대구·경북)가 허무하게 민주당 집권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TK 유일의 친한동훈계인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비상계엄은 명백히 잘못됐고 현실적으로 대통령은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탄핵은 반대”라는 얼핏 앞뒤가 안 맞는 ‘커밍아웃’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외신은 ‘한국의 트럼프’ 자처한 이재명에 관심



그러나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대구 동성로의 열기는 서울 여의도, 광주 금남로, 부산 서면 등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권혁중 씨는 스스로를 보수로 규정하지만 “12·3 계엄을 기점으로 이재명과 윤석열은 별개의 사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를 이유로 윤석열 탄핵을 반대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인천 송도에 사는 진보 성향의 40대 대기업 사원인 전주원(가명) 씨도 “12일 담화를 지켜보며 윤 대통령의 뇌가 ‘틀튜브’(극우 성향 유튜브를 비하하는 용어)에 절여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이재명이 무섭다고 말하지만 나는 심신미약 상태나 다름 없는 윤 대통령이 법 절차를 무시하며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 더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의 한국 주재기자인 앤드루 새먼은 “12월 3일 밤 계엄 발생 직후 여의도로 달려가며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권력을 잡은 지도자가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셀프 쿠데타’를 떠올렸다”며 “대통령 탄핵 뒤 총리가 공식적으로 직무대행을 시작해야 비로소 혼란이 상당 부분 가라앉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탄핵 가결 이후 12월 14일 오후 7시 24분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직무대행이 시작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여당이 지명한 총리가 아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파를 떠난 중립적 입장에서 국정을 운영해달라고 말씀드렸다”며 한 총리를 ‘내란 동조자’로서 탄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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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법 리스크 속에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실용주의적 정책으로 비토 정서를 누그러뜨리려 한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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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국정 안정에 주력하는 이미지를 구사할 것이란 단서는 탄핵 가결 이전부터 목격됐다. 12월 12일 저녁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 정문을 나오자마자 플래카드가 잔뜩 걸려 있었다. 민주당 계양구을 지역위원회 명의로 ‘불법계엄 내란음모 윤석열 탄핵!’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그 바로 위에 ‘경로당 급식지원 확대, 어르신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 지역(계양을)국회의원 이재명의 미소 짓는 사진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은 총력 투쟁하되 이 대표는 민생을 챙기는 대권주자의 면모를 놓지 않으려는 민주당의 스탠스를 압축하는 단면 같았다. 실제 민주당은 국회에서 탄핵 발의를 쏟아내는 와중에도 12월 10일 예산안을 의결했고, 금투세 폐지를 확정했다.



“동맹 무시한 계엄령, 김건희 방탄인가? 통치행위인가?”



민주당 플래카드 바로 옆 자리에는 원희룡 국민의힘 계양을 당협위원장 이름으로 낸 플래카드가 있었다. ‘책임을 피하지 않고 혼란을 막겠습니다’라는 검은색 명조체 문장이 전부였다. 느낌표도, 사진도, 색깔도 넣지 않았다. 원 위원장은 윤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 친윤 인사로 꼽힌다. 그 여백 속에 고스란히 궤멸 위기에 처한 보수의 곤혹스러움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 다음날인 13일, 인천 부평역 인근에서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 머리가 얼얼할 정도로 매섭게 추웠지만, 꽤 많은 사람이 몰려 인근 도로는 1개 차선만 남겨두고 시위 군중이 차지했다. 부인과 함께 시위 현장을 찾은 70대 건설노동자 김경인 씨는 “윤 정부는 티도 안 나는 곳에 세금을 낭비해 일자리는 줄었고 내수가 더 침체됐다”며 “나 같은 서민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서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의 석패 이후 이 대표는 ‘먹사니즘’이라고 명명한 중산층 거부감 희석 정책을 홍보해왔다. 금투세 폐지, 코인 과세 유예를 실현한 데 이어 상법 개정, 종부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유력 언론은 이 대표와 인터뷰하며 실질적 미래 권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막판에 불발됐지만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이 대표의 면담 움직임도 있었다. 특히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자신을 “한국의 트럼프”라고 소개했다. 실용·실리 위주의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계엄 이후 이 대표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41%(한국갤럽 12월 13일 여론조사)에 달했다.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를 믿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정치권 유력 대선후보군 중에선 압도적 1위다.

계엄이 불발된 직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바이든 행정부는 12·3 계엄 이후 사실상 윤 대통령의 “심각한 오판”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는 발언과 행보를 보였다. 왜 윤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핵심 가치와 어긋나는 불법 계엄을 사전 언질도 없이 감행한 것인지는 이번 사태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다.

표면적 이유로 윤 대통령은 “절박함”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영국 공영방송 BBC는 “(야당인 민주당을 위시한) 반(反)국가세력과 북한의 위협을 언급했지만, 그것은 외부의 위협이 아닌 윤 대통령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문제(desperate political troubles)’ 때문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라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BBC는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주가 조작 사건 등 여러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사과까지 했지만, 야당이 요구한 ‘광범위한 조사’(특검)는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정권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 지지율이 무너진 트리거는 2024년 9월 10일 저녁 7시 김 여사의 마포대교 ‘순시’였다. 이 정부의 누구도 김 여사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실망과 우려가 교차하며 30% 지지율이 깨졌고, 다시는 회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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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검찰의 디올백 무혐의 결과가 나온 뒤 불과 4일 후 김건희 여사는 마포대교를 찾아 자살 방지 활동을홍보했다. 하지만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종말의 시작이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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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의 진의를 두고도 60%의 국민은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힌 ‘진정성’보다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해서(데일리안·여론조사 공정 12월 9일 발표)’라는 쪽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예고된 국회 김건희 특별법 표결에서 찬성할것이란 첩보를 입수해서”, “명태균의 ‘황금폰’이 검찰에 넘어간 이후 새어나올 스모킹건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계속 퍼지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이 소위 김건희 예산안을 집중 삭감(마음건강지원사업 7900억원, 개 식용 종식 사업 3500억원) 예고한 것도 윤 대통령을 자극한 요인이라는 말이 돈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벌인 ‘도박’이 실패하자 “통치행위”라고 방어 중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무 판단에 있어서 위헌 행위를 할지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곤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갖는다”는 헌법 제84조를 들어 헌법기관인 국회 기능 마비를 시도한 윤 대통령이 국헌문란 내란죄에 걸린다고 보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들의 설이다.



“윤석열의 도박 빚, 전 국민이 할부로 갚아야”



헌법재판소 인용, 기각 여부를 떠나서 부정선거 같은 음모론적 세계관에 갇힌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가 국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관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수석 기고자 윌리엄 페섹은 이렇게 직격했다. “단 6시간 만에 윤 대통령의 행위는 민주주의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은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략) 윤석열 정부는 레임덕조차 겪지 못할 것이다. 그저 하루빨리 모두에게 잊혀야 할 과거가 됐을 뿐이다. (중략) 그의 이기심으로 인해 오랜 시간에 걸쳐 그 대가는 한국의 5100만 명 국민이 할부로 갚아나가야 한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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