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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상기후, 환율, 계엄… 초콜릿 제품가격 '金값' 만든 고리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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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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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ㆍ해태제과 등 식품업체들이 '초콜릿 함유 제품'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인상률은 대개 10~20% 수준이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의 수급 문제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더스쿠프가 金초콜릿을 만든 경제적 함수를 분석했다.

'달콤'한 과자가 '쌉쌀'해졌다. 제과업체들이 연말을 앞두고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류의 가격을 줄줄이 끌어올리면서다. 지난 1일 오리온은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는데, 대부분 초콜릿을 넣은 과자류였다.

인상률이 가장 높은 제품은 '초코송이'와 '비쵸비'였다. 초코송이는 편의점 기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비쵸비는 3000원에서 3600원으로 각각 20.0% 인상했다. '촉촉한 초코칩(16.7%)' '다이제초코(12.0%)' '마켓오 브라우니(10.0%)' 등 제품의 인상률도 높았다.

오리온만이 아니다. 해태제과도 같은 날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홈런볼' '자유시간' '포키' '오예스' 등의 가격을 올렸다. 홈런볼과 포키의 소비자 가격은 1700원에서 1900원으로 11.8% 인상했다. 자유시간ㆍ오예스의 값도 각각 20%(1000원→1200원), 10%(60 00원→6600원) 끌어올렸다. 이보다 앞선 6월엔 롯데웰푸드가 '빼빼로'와 '가나 마일드 초콜릿' 등의 가격을, 같은 달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운영사 CJ푸드빌)는 초콜릿이 포함된 빵ㆍ케이크 가격을 인상했다.

■ 金초콜릿의 함수❶ 가격 = 이처럼 제과업체들이 '초콜릿 함유 제품'의 가격을 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코코아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국제 시세가 최근 2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이런 오름세가 수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도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을 포함한 제반 비용이 상승해 일부 초콜릿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참고: 코코아(Cocoa)는 카카오(Cacao) 나무 열매의 씨앗인 카카오 빈을 가공한 것이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파우더 형태로 가장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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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톤(t)당 2000달러대를 맴돌던 코코아(카카오 가공)의 선물 가격은 올 12월 1만1800달러(16일 기준)로 치솟았다. 코코아 가격이 이렇게 상승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카카오 주요 산지인 서아프리카를 휘감은 이상기후다. 서아프리카에 있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가뭄ㆍ병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카카오 농사'가 초토화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식품수출정보 자료에 따르면 2023~2024 시즌 세계 코코아 생산량은 450만t으로 전 시즌 대비 10.9% 감소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코코아 인도량은 각각 20%, 35% 쪼그라들었다. 쉽게 말해, 기후위기 탓에 카카오의 생산량과 공급량이 급속도로 줄었다는 거다.

■ 金초콜릿의 함수❷ 구조 = 문제는 이런 현상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느냐다.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카카오나무는 성목까지 자라는 데 최소 5년 이상 걸린다. 생산량 부족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비틀어진 시장구조도 걸림돌이다.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가는 초콜릿 한개 소매가격의 5~10%를 임금으로 가져간다. 이들의 하루 수입은 어림잡아 1.05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는 코코아 수급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농가에 돌아가는 이익이 턱없이 적기 때문에 카카오의 나무를 다시 심는 '재심률'도 신통치 않다.

'카카오 생산량 부족→코코아 공급량 부족→원재룟값 인상→초콜릿 함유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현재로선 쉽지 않다는 거다. 코코아 가격의 상승세를 부추기는 원인은 또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던 14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12ㆍ3 내란 사태가 터진 이후엔 1450원대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초콜릿 함유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업체로선 원재룟값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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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당장 수그러들 것 같지도 않다. 12ㆍ3 사태로 탄핵 정국이 열렸지만,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는 것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자국우선주의' 정책으로 무장한 트럼프 2기 정부가 돛을 올리면, 해외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해 달러가 강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원화약세)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안동현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당분간 환율이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환율이 1400원 선 이하로 내려가는 걸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입 물가는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초콜릿을 넣은 제품의 가격 인상엔 수많은 경제적 함수들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 모든 함수를 국내에서 통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단 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데,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다. 어디가 끝인지 모를 '金초콜릿' 현상을 견뎌내야 하는 건 애먼 소비자의 몫이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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