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전기요금 인상 논의 못해
에너지 가격 상승 반영 못해 역마진 구조 이어져
환율까지 요동치며 수익성 악화 가속 전망
서울 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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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내달부터 적용되는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이 현 수준에서 동결된다.
한국전력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그중 연료비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가격을 토대로 산출된다.
한전은 매 분기 마지막 달 16일까지 조정단가를 산업부에 제출해야 한다. 한전은 지난 16일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한전이 조정단가 변경안을 제출하면 통상적으로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인상 여부 등을 논의해 결정한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흐르면서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의 재무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발때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3분기 말 기준 37조6906억원이다. 부채는 204조1248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이자 비용만 4조5000억원에 이른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조원대에 달하는 부채와 적자를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원을 달성한 이후 ▷1조8843억원(지난해 4분기) ▷1조2993억원(올해 1분기) ▷1조2503억원(올해 2분기) 등 분기마다 이익폭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여기에 비상계엄·탄핵정국으로 환율이 요동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전은 환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돼 왔으나 계엄 사태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1451.9원을 찍은 후 이튿날에도 1451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처음이다.
재정 악화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계속 언급되지만 민생 안정을 이유로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으로 동결됐다. 전체 고객의 약 1.7%에 해당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지난해 11월, 지난 10월 두 차례 인상했다.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 을’은 10.2%,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갑’은 5.2% 각각 올랐다.
한전은 “정부로부터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관련, 올해 4분기와 동일하게 kW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통보받았다”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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