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산수천하제일 구이린이 빚는 보물술 '싼화주' - 광시 구이린 (글 : 모종혁 중국문화평론가·재중 중국 전문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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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난 산봉우리와 아름다운 물길의 리장은 한 폭의 산수화와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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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좁아 산을 누르려 하고, 강은 넓어 땅이 함께 뜨네. (城窄山將壓, 江寬地共浮)
동남쪽은 먼 지역과 통하고, 서북쪽에는 높은 누각이 있네. (東南通絕域, 西北有高樓)
신이 푸른 단풍 언덕을 보호하니, 용이 흰 돌로 추를 옮기네. (神護青楓岸,龍移白石湫)
고향에서 도대체 무엇에 빌었는지, 피리와 북은 쉴 틈이 없네. (殊鄉竟何禱, 簫鼓不曾休)
이 시는 당대 후기 시인인 이상은의 '구이린(桂林)'이다. 이상은은 평생 관리가 되어 성공하고자 했으나, 우이(牛李) 파벌 당쟁에 휘말려 지방의 한직을 전전했다.
유람선을 타고 리강에 들어서면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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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년에는 관찰사 정아의 요청으로 구이린에 가서 관리로 1년 동안 생활했다. 구이린의 자연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장안을 떠나 남부의 오지에서 일하는 이상은의 마음은 심란했다.
그래서 '구이린'에는 향수에 젖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이 절절히 담겨 있다. 물론 '즉일(卽日)'에서는 구이린의 자연 속에 편안한 마음도 노래했다.
산이 울리면 침상의 말로 되돌아오고, 꽃이 흩날리면 향기가 난다. (山響匡床語, 花飄度腊香)
언제든 기러기의 발을 만나니, 어디서든 근심걱정이 끊어졌다. (几時逢雁足, 著處斷猿腸)
산이 풍화와 침식 작용을 거치면서 뾰족하게 솟아있는 초평(草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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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취재와 휴양을 위해서 구이린을 4번 방문했다. 구이린의 자연환경은 다른 지방에서 보기 힘든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 강수량은 1,926mm로 많지도 적지도 않다. 따라서 서리가 끼지 않는 날이 한 해 309일에 달한다. 한데 매년 눈이 한두 차례 내린다. 이는 같은 위도대의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다.
우뚝 솟은 두 봉우리인 양제(楊堤) 아래 자리 잡은 민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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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현지인은 구이린을 "사계절 내내 꽃 피고 겨울에 소설을 볼 수 있는(四季常花三冬少雪)" 고장이라고 소개한다.
본래 3억 년 전에 구이린은 바다였다. 하지만 히말라야 조산운동으로 바닥에 쌓여있던 석회암이 수면 위로 상승해서 수많은 산봉우리가 생겨났다. 그 뒤로 오랜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 작용을 거치면서 뾰족하게 솟아올라 있는 형상을 갖추었다.
아홉 개의 말을 절벽에 그린 듯하다고 붙여진 구마화산(九馬畵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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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깨끗한 물이다. 광시(廣西)자치구의 젖줄인 리강(漓江)은 싱안(興安)에서 발원해 구이린과 양숴(陽朔)를 거쳐 핑러(平樂)로 흘러간다.
오늘날 여행객은 구이린 도심에서 선착장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유람선에 갈아타고 본격적인 리강 구경에 나선다. 보통 유람선 관광은 3~4시간이 소요된다.
큰 자연 동굴을 갖고 있는 관암(冠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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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위에서 맑은 물과 아름다운 봉우리가 연출하는 풍경에 푹 빠져있다 보면, 뺨을 세차게 때리는 강바람조차 잊게 된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구이린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소개할 때마다 '구이린의 산수는 천하제일이다(桂林山水甲天下)'라는 글귀가 등장해서 회자하여 내려왔다.
중국 돈 20위안의 뒷면 배경으로 등장하는 흥평(興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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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13세기 남송의 저명한 문장가 이증백(李曾伯)이 '상남루(湘南樓) 중건기'에서 썼던 "구이린의 산천은 천하제일이라, 3년간 변고의 조짐이 없었다(桂林山川甲天下, 三年間無兵革之警)"에서 비롯됐다.
상남루는 7세기에 처음 지어졌던 구이린의 누각이다. 구이린을 대표하는 명소였으나, 여러 차례 불타고 중축되길 반복하다가 청대에 완전히 소실했다.
그러나 이증백이 남긴 글귀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수많은 시인과 문객이 변용하여 구이린을 묘사할 때 애송되고, 한국까지 전해져서 구이린을 유명하게 했다.
양숴에는 전통가옥을 개조한 카페거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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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강 유람뿐만 아니라 구이린 시내에는 볼거리가 많다. 그중 꼭 찾아야 할 명승지가 샹비산(象鼻山)이다. 샹비산은 리강과 타오화강(桃花江)이 회류하는 지점에 있다.
코끼리가 코를 길게 내밀어 강물을 들이마시고 있는 형상을 갖추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석회암으로 이뤄진 산의 앞부분은 강바닥에 절묘하게 박혀있다.
산의 크기는 아담한 편이라 해발이 200m, 면적은 11만 8,000㎥에 달한다. 코와 몸통 부분만 바윗덩어리고 뒤는 수풀이 우성 졌다. 이 샹비산에 구이린을 대표하는 보물창고가 하나 있다.
코끼리가 코를 길게 내밀어 강물을 들이마시고 있는 듯한 샹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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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향형(米香型) 소곡주를 대표하는 싼화주(三花酒)의 저장고다. 미향형은 바이주(白酒)의 4대 향형 중 하나로, 쌀을 원료로 만들고 맛이 부드럽고 향이 단아하다.
구이린에서 수수가 아닌 쌀로 바이주를 생산하게 된 것은 원주민인 좡족(壯族)이 도작(稻作)문화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좡족은 산꼭대기까지 벼농사를 지을 정도로 기술이 뛰어나다. 경사가 심한 산지에 다랑논을 일구고 물길을 대어 쌀을 경작했다.
이런 토대 위에 싼화주는 이미 송대에 '상서로운 이슬(瑞露)'이라 불릴 만큼 오랜 양조 역사를 가졌다.
싼화주 저장고는 샹비산의 절벽 아래 자연 동굴을 이용해서 조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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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대에는 원료를 찌고 끓이길 3번 하고, 그 과정에서 요동치는 주액 거품이 마치 '계화 모양 같은 술' 같다며 싼화주라고 불려졌다.
싼화주의 부드럽고 깨끗한 맛은 샹비산 앞 지하에서 치솟는 샘물을 쓰기 때문이다. 샘물은 광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순하고 단맛이 난다. 또한 좡족이 생산한 쌀은 입자가 크고 전분 함량이 72%에 달할 만큼 질이 좋다.
누룩을 만들 때 약초 여뀌를 넣어 짙은 향을 배게 한다. 무엇보다 샹비산 저장고는 1년 내내 19도를 유지하고 습도가 높아 싼화주를 만드는 데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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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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