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녀 가정 늘며 아이 키 중시
고비용 부담에도 관심 높아져
올해 국내 시장 3000억 예상
4년새 규모 2배 수준으로 커져
LG화학, 동아ST 등 경쟁 치열
고비용 부담에도 관심 높아져
올해 국내 시장 3000억 예상
4년새 규모 2배 수준으로 커져
LG화학, 동아ST 등 경쟁 치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10세 자녀의 성장호르몬제 투약을 고민하고 있다. 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작아 고민하던 중에 키가 큰 편에 속하는 자녀의 친구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다. A씨는 “키가 작지 않은데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힌다는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위기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아이의 키가 현재 예상치보다 단 5㎝라도 더 클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1400억원대였던 한국 성장호르몬제 시장 규모는 4년 만인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저출생 기조 속에 한 아이라도 최고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키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올해는 연간 3000억원 안팎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동아에스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886억원을 기록해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 유력하다. 그로트로핀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1995년 출시 이후 처음이다. 그로트로핀 매출은 2019년 246억원에서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949억원까지 뛰었다. 동아에스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 육박해 회사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LG화학 ‘유트로핀’ 역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유트로핀은 1993년 수입산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출시된 국내 최초의 성장호르몬제다. 구체적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유트로핀이 지난해 15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20% 이상 매출이 신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트로핀, 그로트로핀 등 국산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시장 점유율은 60%를 웃돌고 있고 현재 글로벌 1위 제품인 머크 ‘싸이젠’과 화이자의 ‘지노트로핀’ 등도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산 제품은 사실상 주사로 매일 투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 1회 투여하는 일부 해외 제품과 비교해 투약 편의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주 1회 투여하는 지속형 제품은 고용량으로 통증이 심해 수입산 제품으로 이탈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년간 장기 투여해야 하는 성장호르몬제 특성상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각 회사는 적응증 확대는 물론 장기 안전성 입증 등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로트로핀은 2015년 특발성 저신장증에 대한 적응증에 이어 2019년 터너 증후군으로 인한 성장부전, 2020년 임신 수주에 비해 작게 태어난 저신장 소아의 성장 장애 등 적응증을 계속 추가로 늘리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유트로핀을 투약한 저신장증 환아를 대상으로 20년 장기 추적관찰 연구로 장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관찰해 최근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며 “통증이나 투약 편의성 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발 주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대웅제약은 지난 9월 ‘통증이 없는 성장호르몬제’를 목표로 인성장호르몬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았다. 가로세로 1㎝ 면적에 더해진 100개가량의 미세한 바늘이 약물을 투약하기 때문에 통증 문제와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알테오젠이 주 1회 투약 방식의 지속형 성장호르몬 ‘ALT-P1’의 인도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성장호르몬제 시장의 급성장에 맞춰 약물 오남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성장호르몬제 시장은 비급여 비중이 7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터너 증후군 등 키가 자라지 않는 유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 치료 목적의 사용보다 단순히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비급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더라도 치료 효과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장호르몬제 장기 투여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아직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