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득세한 유럽 선진국
구조조정 의지 없이 추락중
‘정치적 마비상태’ 계속되면
산업체질 혁신의 기회 놓쳐
美경제 고공성장 유지 기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한 달러
내년초 15% 약세로 바뀔 것
中, 성장엔진 구제불능 상태
구조조정 의지 없이 추락중
‘정치적 마비상태’ 계속되면
산업체질 혁신의 기회 놓쳐
美경제 고공성장 유지 기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한 달러
내년초 15% 약세로 바뀔 것
中, 성장엔진 구제불능 상태
◆ 경제석학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매경 인터뷰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2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 윤원섭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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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내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리스크로 신흥국이 아니라 유럽 선진국들을 지목하고 “현실에 안주해 경제 개혁이 중단되는 순간 위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부자나라들이 정치적 마비 상태에 빠졌다. 경제 문제들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진보 진영의 부상’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로고프 교수는 또 달러값이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초기 1~2년 내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20일 있었던 인터뷰 일문일답.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2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 윤원섭 특파원] |
―내년 세계 경제를 전망한다면.
▷성장이 둔화되면서 올해보다 어려워진다. 우선 유럽이 어렵다. 중국이 최근 성장을 끌어올렸다 하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장기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쉽게 회복할 방법이 없다. 미국은 트럼프 불확실성이 있지만 내년에도 좋을 것이다.
―특별히 세계 경제를 끌어내릴 위험국을 꼽는다면.
▷현재 가장 취약한 국가는 공교롭게도 독일 프랑스 같은 부자 나라다. 프랑스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부채 경로에 있다. 부채 조정을 해야 하지만 정치적 의지가 없다. 독일은 여전히 후퇴하고 있다. 언젠가 독일이 다시 강해지겠지만 지금은 정치적 마비 상태다. 반면 신흥국은 최근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
―부유한 선진국들이 어려워진 배경은 무엇인지.
▷진보 진영의 부상이 원인이다. 독일은 동서독 통합 후 2000년대 초 경제가 어려워지자 노동시장 유연화에 방점을 둔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덕분에 금융위기 충격도 잘 버텼다. 노조는 당시 일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임금 10% 삭감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5~7년 전부터 독일에 좌파 진영이 부상했고 구조 개혁은 사라졌다. 영국도 권력을 진보가 잡았다. 미국은 이번 선거 전까지 진보였다.
―특정국가의 정치적 요인을 넘어서는 공통 요인으로 보인다.
▷좌우 진영을 떠나 현재 각국의 정치 시스템은 모든 것을 공짜로 주려고 한다. 세금을 낮추고, 지출은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공짜로 돈을 뿌리는 시대는 끝났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올 수밖에 없다. 당장 국가 부도로 가지는 않겠지만 결국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미국 주식시장은 강력했다. 거품 위험성은.
▷투자자들의 시장 전망에는 인공지능(AI)의 영향이 작용했다. AI 상용화로 노동자에 돌아갈 수익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가 줄면서 기업은 수익이 커지고 노동자는 덜 받게 되는 구조다. 이에 따른 주식의 상승을 경제 성장으로 간주하면 안된다. 경제 성장이 멈춘 독일에서조차 주식이 오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내년에도 미국 경제는 견조할 것으로 보나.
▷내년에도 좋을 것이다. 우선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지탱할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에 부정적이지만 나머지 정책은 대부분 긍정적이어서 관세 문제를 상쇄하고 남는다. 트럼프는 정말로 강한 경제를 원한다. 규제가 완화될 것이고 부양책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은 시차를 두고 올 것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에 달러화가 계속 강세다. 얼마나 더 이어질까.
▷트럼프는 미국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달러가 약세가 되는 게 가격 경쟁력에 유리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1~2년 동안 달러가 약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달러는 역사적으로 지난 1985년과 2002년 두 차례 최고점을 찍었는데, 현재 달러 수준이 거의 고점에 근접한다. 대개 고점 이후에는 내려오기 마련이다. 앞으로 최소 10~15% 이상 달러가 약세가 될 여지가 있다.
―인플레이션은 연준 희망대로 2%로 내려갈까.
▷저물가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 7년 내 팬데믹 당시처럼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약 15% 추가 물가상승이 가파르게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 또 다른 경제 위기도 함께 찾아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연준은 엄청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연준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선언했지만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 때문에 앞으로 금리를 매우 천천히 인하할 것이다.
―내년 중국 경제를 낙관하나.
▷중국은 큰 문제에 빠졌다. 인구 감소, 부동산 시장 위축, 급격히 불어나는 정부 부채, 금융 시장 불안 등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으로 1~2년 후 중국 정부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몇 년전만하더라도 30%에 불과했다.
―중국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지.
▷중국은 과도하게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에서 그 어떤 것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수준의 테크 산업이 있지만 중국 공산당이 모든 면에서 통제했다. 그래서 생산성이 크게 추락했다. 10년 후 중국이 연간 2~3% 성장해도 선방이다.
―이 외에 글로벌 경제위기를 촉발할 요인은 무엇이 있나.
▷또 다른 형태의 팬데믹이나 전쟁 등 다양하다. 전쟁은 사이버 전쟁이나 남중국해 전쟁 가능성도 있다.
■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 △1953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출생 △1975년 예일대 경제학 학사·석사 △1980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1989~1991년 UC버클리 교수 △1992~1994년 프린스턴대 교수 △1999년 하버드대 교수 △2001~2003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2003년~현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 △1953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출생 △1975년 예일대 경제학 학사·석사 △1980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1989~1991년 UC버클리 교수 △1992~1994년 프린스턴대 교수 △1999년 하버드대 교수 △2001~2003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2003년~현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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