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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노래와 세상]나는 반딧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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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 ‘나는 반딧불’ 일부

가수 황가람이 부르는 이 노래는 수능철을 전후하여 역주행하는 노래다. ‘수능 위로곡’으로 불리면서 노래방 순위가 급상승한다. ‘별인 줄 알았지만 개똥벌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여전히 빛날 테니까.’ 단순하지만 함축적인 노랫말은 수능을 본 수험생이 아니라도 춥고 힘겨운 이 시대들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이 노래를 처음 발표한 이는 ‘중식이 밴드’였다. ‘N포세대 남성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인디밴드의 리더 정중식이 만들고 불렀다. 그룹 이름은 점심식사를 뜻하는 ‘중식(中食)’에서 따왔다고 한다. Mnet의 <슈퍼스타K> 시즌7에서 이름을 알린 이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주로 부르는 록밴드다.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황가람은 그룹 피노키오의 리드싱어다. 허스키한 음색과 담담한 창법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이 노래를 ‘국민위로송’ 반열에 올려놓았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신형원의 ‘개똥벌레’도 또 다른 위로곡이었다. “마음을 다 주어도 친구가 없네/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 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라고 노래한다.

오늘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몰려나온 수많은 개똥벌레들이 역사의 물꼬를 바꾼다. 굳이 형설지공(螢雪之功)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작은 빛을 모아서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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