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 첫 성공 그들…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렀다 [주말 뭐 볼까 OTT]

넷플릭스 영화 '조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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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1968년 영국에서 각기 다른 연령대의 세 사람이 의기투합한다. 체외수정으로 난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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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수정이 드물지 않은 시대다. 결혼 연령은 높아지고, 까닭 모를 난임은 많아지니 더 각광받을 수밖에. 지금이야 자연스러운 의료 행위 중 하나이나 처음부터 환대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연의 법칙과 신의 뜻을 어긴다는 이유로 배척됐다. 체외수정을 첫 시도하고 성공한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영화 ‘조이의 탄생’은 50여 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체외수정의 기원을 돌아본다.

①의기 충만 세 사람의 운명적 만남

로버트 에드워즈(왼쪽)와 진 퍼디는 사회적 비난에 시달린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신의 영역에 감히 도전한다는 이유에서다. 넷플릭스 제공

1968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버트 에드워즈(제임스 노턴) 박사는 세계 최초 체외수정에 도전 중이다. 그는 일을 도와줄 간호사로 진 퍼디(토머신 매켄지)를 뽑는다. 노련하면서도 혁신적인 의술을 추구하는 산부인과 의사 패트릭 스텝토(빌 나이)가 연구팀에 합류한다. 체외수정을 한 후 여성 자궁에 착근시키는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의술의 세계를 열고 난임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는 거창하나 현실은 초라하다. 소도시 올덤의 작은 병원 낡은 건물이 에드워즈 일행의 연구소다. 실험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에드워즈 등을 향한 세상의 시선이 차갑기도 하다. 실험에 참여하겠다는 난임 부부들이 늘고 실험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자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는다.

②자연을 거스른다는 종교적 편견

연구 팀에는 난임 여성들이 몰려오고 퍼디는 그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연구에 더욱 매진한다. 넷플릭스 제공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의 반발이 컸다. 임신과 출산은 신의 영역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과학적 이유’로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체외수정으로 어떤 아기가 나올지 모른다는 논리였다. DNA 이중나선구조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제임스 왓슨이 반대에 앞장선다. 에드워즈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라 불리게 된다. 무엇보다 큰 시련이 있다. 퍼디의 모친은 딸이 그릇된 일을 한다며 절연을 선언한다.

에드워즈와 퍼디, 스텝토가 어려움 속에서 연구를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행복을 누구나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싶다. 특히 퍼디는 불임에 따른 상처를 알기에 연구에 더욱 마음을 싣는다.

③꺾이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오늘

1978년 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 루이스 조이 브라운이 탄생한다. 연구 팀이 10년이라는 시간을 쏟은 결과다. 넷플릭스 제공

연구가 중단되고 연구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고도 에드워즈와 퍼디 등은 목표점에 가까워진다. 1978년 7월 25일 드디어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다. 루이스 조이 브라운이었다. 에드워즈와 퍼디, 스텝토가 연구에 착수한 지 10년 만이었다.

영화는 에드워즈의 일행이 겪는 고난과 우정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들이 꺾이지 않고 난임 부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던 과정이 115분을 채운다. 에드워즈와 퍼디 등이 ‘인류 최초’를 이룰 수 있었던 힘은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나왔다. 그들은 냉정한 연구자들의 면모가 아닌, 인간의 마음을 지니고 있었기에 인간에게 새 ‘즐거움(Joy)’을 줄 수 있었다.

뷰+포인트

에드워즈는 체외수정과 시험관 아기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홀로 수상한다. 그는 자신만이 성취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 스텝토와 퍼디가 체외수정과 시험관 아기 연구에 대한 공로를 똑같이 인정받기를 원했다. 특히 여성인 데다 간호사라는 이유로 이름이 지워지고는 했던 퍼디의 역할을 강조했다. 영화는 에드워즈의 바람을 반영하듯 퍼디를 화면 중심에 놓는다. 영화는 퍼디의 시선에서 시작하고, 그의 개인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시험관 아기 탄생 40주년 기념 명판에 그의 이름이 함께 오른 걸 강조하기도 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0%, 시청자 89%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