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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네란버거 난리났다’ 그들이 ‘롯데리아’를 택한 이유[취재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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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ά) 행간을 다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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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개의 계란을 넣어 만든 ‘네란버거’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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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2·3 비상계엄’ 준비 모의가 유명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리아는 과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모의 장소로도 활용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비밀 유지를 위해 밀폐·엄폐된 공간보다 롯데리아처럼 ‘백색소음’이 많은 장소가 군이 선호하는 비밀장소라고 설명했다. 도청·감청이 어려운 곳이란 얘기다. 그러나 하고 많은 패스트푸드 점 가운데 왜 하필 롯데리아였는지는 이유가 명확치 않다. 모의가 이뤄진 롯데리아는 내란 주도 비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자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계엄 사태를 전후해 롯데리아의 매출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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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상록수역 인근 롯데리아에서 문상호 사령관 등과 함께 계엄을 모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JT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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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계엄모의’… 노상원 집 근처
21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계엄선포가 있기 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인근의 롯데리아에서 계엄 모의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회동에는 정보사 정모 대령과 이모 대령도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정보사는 이곳 롯데리아와는 차로 약 40분이나 걸린다. 노 전 사령관의 요청으로 정보사 핵심 수뇌가 모두 안산까지 출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 전 사령관은 이곳에서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롯데리아는 노 전 사령관의 자택에서 걸어서 약 15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지하철역과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자택은 소위 ‘점집’으로 불리는 곳으로, 주변 지인들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신기(神氣)’가 있는 사람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은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을 만난 뒤 “햄버거부터 먹고 하자”는 말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들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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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상록수역 인근 롯데리아에서 문상호 사령관 등과 함께 계엄을 모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JT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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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노 전 사령관이 포고령 초안을 작성하는 등 이번 계엄 사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문 사령관에게 “노상원 지시가 내 지시”라고 말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계엄군의 핵심 사령탑을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맡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보다 9기수 높은 육사 선배로, 좌천 위기였던 문 사령관을 정보사령관직에 유임시키는 데 힘을 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들이 계엄 모의를 위해 선택했던 장소가 왜 하필 ‘롯데리아‘였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다양하다. 다만 공개된 장소, 시끄러운 소음 등은 비밀 회합에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해석과 함께 군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란 설명도 나온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전날 한 인터뷰에서 “공작할 때 사람이 많이 붐비는 데서 얘기해야 도감청에 자기들이 안 들린다. 롯데리아는 사람이 붐비니까 거기서 누군가 도감청을 해도 다른 사람 목소리 때문에 (안들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저하고도 접촉할 때 밤늦게 모 전자상가나 이런 데서 보자고 하더라”라며 “사람 많은 그런 곳에 가면 다 노출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이것은 공작의 기본 원칙이다. 밀실이나 식당의 룸에 들어가면 도감청에 아주 취약하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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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호 정보사령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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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도 ‘내란 모의’도 롯데리아… ‘계엄맛집’·‘네란버거’ 각광
가장 최근 내란죄로 재판을 받았던 인사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었던 이석기 의원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 의원은 내란죄, 내란음모, 내란선동 등 내란죄 관련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이 의원은 내란 음모 혐의는 무죄, 내란 선동 혐의는 유죄를 선고 받아 징역 9년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심판 소를 헌법재판소에 냈고, 결국 청구가 인용되면서 통진당은 해산됐었다. ‘12·3 계엄사태’ 역시 내란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 장소가 다시 롯데리아가 된 셈이다.

이 전 의원의 재판을 진행했던 수원지법 판사는 국가정보원이 제출한 ‘녹취’를 법정에서 틀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 소음이 워낙 시끄러워 당시 내란 음모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법정에서 말하기도 했다. 롯데리아가 워낙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기에 이 의원이 그곳에서 만난 통진당 인사들과 내란음모를 준비했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당시 이 의원은 롯데리아 외에도 돈까스 전문점, 설렁탕집, 카페 등에서도 통진당 인사들을 만났는데, 매장 노래소리 등으로 인해 발언 식별이 쉽지 않았다.

온라인 상에선 가장 최근 두차례의 내란 모의가 이뤄진 곳이 공교롭게도 롯데리아였다는 점 때문에 갖가지 패러디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달걀을 네게를 넣어서 ‘네란버거’라는 패러디물을 만들거나, ‘계엄군도 인정한 맛집’이라는 제목의 패러디물들도 나온다. 이외에도 ‘계엄 참지 마요 버거’, 게살을 엄선한 ‘게엄 버거’, “다 잡아서 입속으로 쓸어버려(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싹 쓸어버려 발언 패러디)”라는 내용의 댓글들도 온라인 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계엄 패러디 버거를 출시해 달라는 요청도 롯데리아 측에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롯데리아 본사(롯데 GRS) 측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본사 측은 “계엄 관련 상품 출시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 정치 문제와 엮여 곤혹스럽고 해당 가게 점주가 이 상황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계엄을 전후해 롯데리아의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2일 롯데리아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통해 지난해 전국 점포 평균 매출이 8억69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10.1%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롯데리아의 전국 점포 평균 면적당 매출은 1825만원으로 전년 대비 19.9% 신장했다. 다만 계엄 사전 모의가 롯데리아에서 있었다는 최초 보도는 지난 17일이다. 계엄 모의와 롯데리아 매출 증가의 상관관계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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