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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시에 345메가와트(MW) 규모로 설치할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odium Fast Reactor, 이하 SFR) '나트륨(Natrium)'의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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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부유식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을 추진해오던 HD현대가 육상 SMR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됐다. 글로벌 톱티어 조선 기업으로 활약해오며 축적한 '용접 기술'이 미래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SMR 부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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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용기' 만드는 HD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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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는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20일 밝혔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SMR 기업이다.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화력발전소 인근 부지를 활용해 345MW(메가와트) 용량의 SMR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완공이 목표다.
HD현대가 만들 원자로 용기는 테라파워의 SFR(소듐냉각고속로) '나트륨(Natrium)'에 탑재된다. 이 원자로 용기는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노심(爐心)을 격납하고, 고온·저압 상태의 냉각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SFR의 주요 설비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경제성과 안전성이 압도적으로 뛰어나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사업이다. 특히 물을 냉각재로 쓰지 않는 4세대 SMR의 경우 '수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이 더욱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라파워의 SFR은 냉각재로 소듐을 활용하기에 4세대 SMR로 분류된다. 이 4세대 SMR 구축의 핵심적 역할을 HD현대가 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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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SMR에 육상 SMR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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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이 제작한 ITER 진공용기 섹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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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는 세계 원전 시장이 SMR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한 후 '동맹'을 체결하기도 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의 SMR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SMR 시장은 2022년 57억 달러에서 연평균 2.3% 성장해 2030년에는 68억 달러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테라파워와 손잡은 HD현대는 그동안 해양 부유식 SMR 사업을 추진해왔다. 와이오밍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70MW급의 소규모 부유식 SMR 실증을 2030년쯤 진행하는 게 목표다. 세계 최고 조선 기술을 갖춘 HD현대와 SMR에서 차별적 기술을 확보한 테라파워가 만나면 '바다 위 원전'을 구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단 판단이다.
해양 부유식 SMR은 전력 공급이 어려운 도서 지역에 안정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바닷가에 위치한 기존 원전 부지를 효율적으로 확장하는 게 가능하다. 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상무는 지난 7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파도가 가장 센 곳에서도 플랜트를 띄울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쓰나미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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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 완납으로 시장 신뢰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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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에 강점이 있는 HD현대는 어떻게 와이오밍 내륙에 위치한 '육지 SMR' 구축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을까. 그 힌트는 HD현대가 수행해온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다. ITER는 핵융합에너지 대량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한 작업으로, '인공태양'으로도 부른다.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
ITER 프로젝트에는 9개의 진공용기 섹터가 필요한데, 여기서 HD현대는 2010년 최초 두 개의 섹터 제작을 맡았고, 이후 2016년에는 섹터 두 개를 추가 수주했다. 9개 섹터 중 4개를 HD현대가 책임진 것이다. HD현대는 지난달 마지막 네 번째 섹터까지 성공적으로 납품을 완료했다. 유럽 등 담당 기업들이 한 개 섹터를 완성하는 것에도 급급할 때 거둔 성과였다.
글로벌 테이블 위로 올라오는 '부유식 SMR'/그래픽=최헌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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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ITER 프로젝트를 통해 HD현대는 생소한 사업이라 해도 '완납'을 적기에 한다는 신뢰를 시장에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테라파워 원자로 용기 수주 소식을 전하며 "ITER 주요 핵심설비인 진공 용기 개발 및 제작에 참여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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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포인트는 '용접'…놓칠 수 없는 기회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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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용접의 힘'을 거론한다. 가장 배를 잘 만드는 회사라는 것은, 가장 용접을 잘 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게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는 SMR 업계에서 매력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선박이나 원자로나 용접으로 만든다는 점은 같다"며 "테라파워 측이 HD현대의 용접 기술을 특히 높이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 원자로 용기 수주를 계기로 HD현대는 육지와 바다 SMR 제작을 함께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선박 제작과 원자로 제작 노하우를 모두 가진 세계 유일의 회사로 거듭날 기회를 잡은 것이다. SMR 사업을 미래 신사업으로 강하게 밀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특히 SMR 기술을 통해 향후 '원자력 추진선' 사업까지 겨냥한다는 게 HD현대의 야심이기도 하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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