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격변 속 '비상경제회의' 등 민생 집중
'탄핵 반대' 당론과는 거리…당내 목소리는 키워
여권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경제규제 철폐 비상경제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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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빚어진 정치적 격변기 속 민생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연일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며 민생을 챙기고 있지만, 유력 여권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만큼 오 시장의 머릿속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매주 2회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한다. 지난 16일 건설업계와 비상경제회의에 이어 규제철폐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민생을 살폈다.
그동안 오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 불확실성 최소화에 시정을 집중하며 민생 챙기기에 적극 행보를 보여왔다. 앞서 지난 10~13일에는 나흘간 소상공인, 관광업계, 투자업계 등 분야별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고, 서울시 차원의 대책을 밝히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일자리 예산 조기 집행 △소상공인 장기·저리 특별 자금 신설 및 최대 6개월까지 상환 유예 추진 △서울 관광업계 특화 고용지원센터 기능 확대 △서울관광진흥기금 긴급지원계정 활용 △투자 유치 전담기관 '서울투자진흥재단' 출범 △외국인 투자기업 솔루션 센터 설치 △규제 철폐 등 정치적 혼란 속 수많은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5일 페이스북에는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당은 이 일로 분열하지 말고 다시 뭉쳐 일어서야 한다. 시급한 일은 '사회·경제적 안정'"이라고 글을 올리며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오 시장의 행보는 향후 대선과 서울시장 5선을 앞두고 최선의 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문제에 집착하기보단 민생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대선이든 5선이든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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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반대하는 당론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탄핵을 찬성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2시간 만에 계엄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오 시장이지만 초기에는 "탄핵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책임총리제를 주장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오 시장의 탄핵 찬성 입장 선회는 서울지역 여론을 고려하면 당연하다는 평가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시민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11%에 그쳤다. 윤 대통령 탄핵을 놓고는 응답자 75%가 찬성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은 찬성 81%로 광주·전라(88%)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오 시장은 강경 보수층보다는 상대적으로 합리적 보수나 중도층에 지지 기반이 넓은 편이어서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기에는 부담이 적지않다.
이같은 오 시장의 '스탠스'는 여권에서도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한 것 만큼 적대적이지는 않다. 대권 경쟁자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오 시장이 탄핵 반대를 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유감이지만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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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대선'과 '5선'을 두고 오세훈 시장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2010년 재선했으나 무상급식 문제로 중도 퇴진했다. 2021년 박원순 전 시장 사망 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3선, 2022년 지방선거 승리로 4선에 성공했다. 4선 서울시장은 역대 오 시장이 유일하며 5선까지 성공한다면 당분간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당초 비상계엄 사태만 아니었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뒤 2027년 대권에 도전하는 게 오세훈 시장 입장에서는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탄핵 정국'으로 오 시장이 대선에 도전하려면 임기가 1년이 넘게 남은 상황에서 시장직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시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대선에 나가려면 우선 당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고민일 것"이라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야당에 내줄 수도 있다는 부담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 한파 대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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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 시장은 당의 내홍 상황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중진으로서 일정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은 이 일로 분열하지 말고 뭉쳐 일어서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한동훈 국민의 힘 전 대표가 당대표를 사퇴한 지난 16일에도 '하나 됩시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지금은 편 가르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8일에도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죽은 정당"이라며 "진영의 핵심 지지층과 국민 일반 사이에서 간극이 크다면 당연히 '보편적 시각'과 '상식'을 기준 삼아야 한다.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대통령 이재명'도 수용할 수 없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민이 훨씬 많다. 이분들께 희망을 드려야 한다"고 말하며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까지 당분간 오 시장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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