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과거엔 닛산 지분 44% 보유했지만
카를로스 곤 사태 후 축소, 당시 마크롱 “언짢음” 표시
혼다와 닛산 통합에선 ‘다양한 셈법’ 검토할듯
닛산 로고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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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일본산’이라는 의미를 간직한 일본 완성차 브랜드 ‘닛산’(日産)과 혼다의 통합 소식에 프랑스 정부가 처음으로 의견을 냈다.
앞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제를 놓고 일본과 신경전을 벌였던 프랑스 정부는 현재도 르노를 통해 닛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선택에 완성차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20일 프랑스 정부한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닛산 지분 변경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프랑스 정부가 예의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프랑스 정부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닛산의 지분 변경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 프로젝트가 닛산 소유권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을 비롯한 일본 주요 매체에서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나온 첫번째 프랑스 정부의 반응이다.
프랑스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닛산에 미칠 수 있는 프랑스 정부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국영기업이던 르노는 프랑스정부의 지분이 여전이 15.1%에 달한다.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그 이상까지 미친다는 분석이다. 또한 르노는 여전히 닛산의 최대주주다. 직접 보유한 몫은 15%지만 프랑스 신탁회사에 신탁하고 있는 몫을 합하면 닛산 주식의 약 36%에 이른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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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서 양측이 마찰을 겪은 후에는 이전보다는 영향력이 축소된 상태이다.
앞서 경영난으로 르노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르노가 44.4%의 지분을 보유한 닛산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르노의 경영간섭이 이뤄지자 닛산 측이 크게 반발하는 일이 잦아졌다.
급기야 2018년에는 레바논에서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방문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이 금융상품거래법 위반과 특수배임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른바 ‘카를로스 곤 구속 사태’다. 당시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나서“얼라이언스와 르노의 안정성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반응을 내는 등 언짢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다툼 결과, 르노가 가지고 있던 닛산의 지분은 15% 수준까지 축소됐고, 닛산의 르노지분 15%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우리소비자들에게는 네아버의 ‘일본 라인’ 사태에 빗대어 비슷한 사건으로 최근까지 인지되고 있다.
‘카를로스 곤 사건’ 이후, 우치다 마코토 현 닛산 CEO가 닛산의 경영권을 잡고 스티븐 마 CFO를 임명한 상황에서 닛산은 체질 개선에 돌입했지만 고배를 맛봤다.
닛산은 ‘사쿠라’와 ‘리프’ 등 소형 전동화 모델을 일본 시장에 내놓으며 각광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대형 세단에서의 강점을 잃고 중간고리가 될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참패했다
닛산이 보유한 HEV 시스템은 경쟁사인 현대차나 토요타, 혼다 대비 연비 상승수준이 떨어지면서, 주요 브랜드의 각축장인 북미에서는 제대로 된 사업을 펴기도 어려웠다. 중국에서는 현지 모델들의 성장에 눈물을 흘렸다. 판매량 기준 세계1위의 전기차 업체로 발돋움한 비야디(BYD)를 시작으로, 다양한 중국 완성차브랜드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2019년 시작된 ‘노노 재팬’(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2020년 철수를 결정했다. ‘튼튼한 내구성’으로 사랑받던 닛산 푸가와 시마, 맥시마 등 내연기관 세단은 줄줄이 단종 수순을 겪었다.
한국닛산이 앞서 한국에서 판매했던 전기차 리프(LEAF). [한국닛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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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혼다와 닛산의 통합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20년에는 일본정부가 닛산과 혼다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보도됐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가 결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양측이 모두 손사레를 치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닛산의 붕괴를 우려한 일본 정부가 꾸준히 입김을 넣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토요타자동차, 혼다와 함께 일본 자동차 메이커 빅3를 구성하고 있는 닛산은 오랜 전통으로 일본에서 상징적인 자동차 업체로 여겨지고 있다. 닛산이 해외로 매각되거나 무너진다면 일본 정부와 국민들 입장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는 통합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닛산과 혼다는 지난 3월 포괄적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와 차량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협업하는 것을 골자로 했지만, 그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측이 협업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여전히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발을 걸치고 있는 프랑스정부 입장에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018년 ‘카를로스 곤 구속사건’을 지켜봤던 마크롱 대통령은 여전히 프랑스의 정상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간의 기억이 시린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만 부진을 거듭하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닛산이 르노 입장에선 해결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정부와 르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상 통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을지라도, 통합과정에서 프랑스 정부의 다양한 요구안이 거론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르노는 양사의 협상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견지하고 있다. 다양한 제의에 귀를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르노는 신탁한 닛산 주식을 특정 기간에 매각할 의무는 지지 않지만, 매각대상은 닛산이거나 닛산이 지정한 제3자가 1순위 후보로서 우선적인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그후에는 다양한 당사자들과의 협상도 가능하다.
실제 르노는 다양한 대상과의 물밑접촉도 시도하고 있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닛산 자동차 주식 취득을 위해 프랑스 르노와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훙하이측에서는 당초 닛산에 주식 취득을 타진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하자, 닛산의 주주인 르노로 교섭 상대를 전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혼다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닛산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을 위한 창구를 열어둔 르노의 행보가 ‘눈엣가시’ 같을 지도 모른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닛산 자동차 최고경영자(CEO) 우치다 마코토(왼쪽)와 혼다 자동차 CEO 미베 도시히로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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