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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한 달 새 25% 내린 펄어비스 주가… ‘검은사막’ 의존에 예고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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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스타 2024 내 펄어비스 부스./펄어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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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가 기대작 ‘붉은사막’을 내년 하반기 출시한다고 밝히며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주춤한 실적을 견인할 모멘텀이었던 붉은사막 출시가 예상보다 미뤄지면서 실적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하반기 붉은사막이 출시되더라도 펄어비스 실적이 반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이날 2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주가가 3만7500원이었지만, 한 달 새 27.6%가량 떨어졌다. 펄어비스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누리던 2022년 1월 주가가 13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2만원대로 폭락한 모습이다.

펄어비스의 주가가 하락한 데는 붉은사막의 출시일이 내년 하반기로 연기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붉은사막의 ‘2025년 출시 예고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내년 4분기 출시 계획을 밝혔다. 당초 붉은사막은 2021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1년 7월 출시 연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 조금씩 정보만 공개하는 행보를 지속해 왔다.

붉은사막의 연이은 출시일 연기에 증권가에서조차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펄어비스의 목표가를 20% 하향하고 최선호주 의견을 배제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붉은사막 출시 타임라인은 당사가 보수적 관점에서 추산한 오는 2025년 3분기에도 도달하지 못 했다”며 “회사측이 붉은사막 개발이 마무리 단계라는 식의 코멘트를 수차례 밝힌 것이 과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인지 내부적으로 복기할 필요도 존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펄어비스의 이런 행보는 비단 붉은사막의 문제만이 아니다. 펄어비스의 또 다른 차기작 ‘도깨비’의 경우 2021년 게임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되면서 기대를 얻었으나, 이후로 추가적인 정보가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펄어비스의 행보에 대해 아직 제대로 개발을 시작하지도 않은 프로젝트들을 주가 방어용으로 급하게 공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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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가 붉은 사막을 2025년 4분기 출시한다./펄어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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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펄어비스는 대부분의 매출을 대표 지식재산권(IP)인 ‘검은사막’에 의존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올해 3분기 기준 검은사막 IP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71.2%에 달하기도 했다. 하나의 게임에 의존도가 큰 게임사가 펄어비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5년 검은사막 출시 이후 10년 가까이 하나의 게임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펄어비스 측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붉은사막 출시까지 실적 보릿고개를 견뎌야 하는 게 문제다. 실제 펄어비스는 올해 3분기 매출 795억원, 영업손실 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6.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검은사막 IP의 하락세가 매출 하락을 견인했다. 검은사막은 IP 매출은 올해 1분기 668억원에서 3분기 540억원으로 감소했다.

붉은사막이 출시될 경우 실적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붉은사막 판매량에 대해서는 300만~1000만장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500만장을 예상했고, 유진투자증권은 300만장, 키움증권은 2025년 3분기 패키지 판매 375만장과 4년간 누적 판매 750만장으로 추정했다. 단순 계산으로 AAA급 패키지 게임 100만장 판매 수익을 1000억원으로 가정한다. 유통사 수수료 등을 생각해 넉넉잡아 일단 200만장 이상을 판매해야 개발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볼 수 있는데, 시장 기대치는 이를 뛰어 넘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붉은사막이 펄어비스의 성공을 무조건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가 잇따라 콘솔 시장에 뛰어들고 성공작들이 등장하면서, 국산 콘솔 게임을 보는 이용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붉은사막이 처음으로 공개된 2019년과 달리 최근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스텔라 블레이드’ 등 국산 콘솔게임 성공작들이 잇따라 나오는 중”이라며 “붉은사막이 출시가 연이어 미뤄지면서 그간 높아진 이용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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