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문체위 긴급 현안 질의 참석
의원들 날선 지적에 “옷 벗으면 말하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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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사과하는 쪽이 진짜 제 모습이죠.”
“어느 쪽이 진짜 유 장관이냐”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두둔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19일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 대한 사죄로 문체부 정례 브리핑을 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오락가락하는 유 장관의 발언과 입장에 야당 의원들은 “이번에 팽 당한 거 알고 있냐”, “양심 선언을 왜 못하냐”,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퇴하라”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여야는 12·3 비상계엄 사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를 열었지만 공방 끝에 파행했다. 민주당이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여러 기사가 “편파적으로 보도됐다”며 연합뉴스 등 언론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요청하면서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주요 인사도 계엄을 몰랐다’, ‘계엄군의 실탄 지급이 없었다’ 등 기사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특정 보도만을 가지고 언론사를 줄 세우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이에 따라 문체위 긴급 현안 질의는 야당 의원들만이 참석한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20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당 퇴장해 반쪽으로 진행되는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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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유 장관이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 호소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이) 내용의 본질을 심각하게 모르고, 내란에 동조한 행위”라며 “정부 대변인으로서 총리실이 쓴 호소문을 읽은 것 뿐이다 말하는데, 직을 걸고서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호소문을 발표하게 된 경위와 그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는 잇따른 질문에 대해서 유 장관은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 어렵다”, “(장관직) 자리를 떠나면 자유롭게 의견을 드리겠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유 장관은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국회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윤 대통령과 공조한 이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 되레 일상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놓은 첫 공식 입장에서다. 당시 그는 “정부는 국민 여러분이 겪고 계신 고통과 혼란에 대해 말할 수 없이 괴롭고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회는 오늘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사임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포함해 치안과 법무 행정을 책임지는 장관들이 모두 공석이 되면 국민 일상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 “야당에 간곡히 호소한다. 위기의 시대, 국민을 구하는 것은 차분한 법치”라고 말했다.
유인촌 정부대변인 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하는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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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박수현 민주당 대표는 “유 장관은 국민이 겪고 계신 고통과 혼란에 대해 사과할 게 아니라, 이런 고통과 혼란을 초래한, 그리고 행정부 수반인 윤석열이 대한민국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의 권능을 정지하고 나라를 장악하려고 했던 불법과 위헌적 행동에 대해서 국민께 사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야당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유 장관의 당시 발언에 대해서도 “국회와 야당 때문에 헌법과 법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적이 있느냐”며 “군대를 동원해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헌정을 중단시키려고 한 국권 논란이 국회가 일으킨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후에 바로 안가 모임에 참석해 내란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자, 조지호 경찰청장은 김봉식 서울지방경찰청장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에 대통령과 안가에 있었던 자”라며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는 유 장관의 국회를 원망하는 발언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KTV(국민방송) 간부들이 삭제 지시한 방송 자막들. [이기헌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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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문체부는 국민권익위 청렴도 조사에서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부끄럽지 않느냐”며 “이번에 유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팽 당한 것 알고 있냐, 자기 사람들만 사표 처리를 해줬다, 이런 상황을 깊이 보고 심도 있게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 장관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현재까지 사의가 수용돼 사표 재가가 확정된 인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두 명이다. 유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무회의에는 별도로 출석 통보를 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유 장관은 KTV(국민방송) 간부들이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 후 ‘계엄이 불법이다, 위헌이다’라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하라는 이기헌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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