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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한반도 포커스] 감히 수령 지지율을 평가한다고?…탄핵 정국 복잡한 북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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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남한 내 비상 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 소식을 보도를 하고 있는데요.

사실 관계 위주로 상당히 담담하게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의 비상 계엄 사태를 처음으로 보도한 건 지난 11일이었습니다.

비상 계엄이 선포된 게 3일이었으니까 일주일이나 지나서 첫 보도가 나온 겁니다.

[조선중앙TV (지난 11일) :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쇼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놨습니다.]

아비규환 이런 표현을 쓰긴 했습니다만, 북한 보도를 보면은 계엄 선포 뒤에 계엄군의 국회 출동, 국회의 계엄 해제, 윤 대통령 탄핵 움직임 등을 사실 보도 위주로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윤 대통령에 대해서 상당히 거부감을 가졌던 걸 생각을 해 보면, 윤 대통령 탄핵 소식을 기뻐하면서 보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북한이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걸까요? 먼저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2국가론'의 연장선이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습니다.

북한이 올해 들어서 남북은 완전히 별개의 국가다라고 하면서 남북을 분리시키려는 움직임들을 계속 보여왔기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남한이라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흥분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복잡한 속내도 작용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북한이 남한의 비상 계엄 사태를 처음으로 보도했던 지난 11일의 보도 내용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당시 북한은 남한에서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위를 보도를 하면서 21장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이 21장의 사진 중에 주변의 고층 건물이 제대로 보이는 사진은 바로 이 한 장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사진들은 시위대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해서 주변 건물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거나, 주변 건물이 사진에 담기더라도 건물의 하단 부분만이 촬영돼서 건물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북한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남한의 시위 소식을 보도를 하면서 고층 건물들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남한의 발전상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번에는 건물에 모자이크 처리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고민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보다 북한이 더 고심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을 걸로 보입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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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탄핵 사태가 보여주는 거는요.

아무리 집권자라고 하더라도 권력이 절대적인 게 아니라, 국민의 뜻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언제든지 권력을 잃을 수 있다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집권자도 권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되는 것이 김정은 정권에게는 부담일 수 있습니다.

제가 재미있는 사건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황해도의 한 대학에서 지난 4일 날 남한의 정치 정세에 대한 강연회가 열린 뒤에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남한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강연에 들어갔던 모양인데요.

강연을 들은 대학생들이 도대체 지지율이라는 게 뭐냐 대통령 지지율은 어떻게 알게 되는 거냐 감히 수령의 지지율을 평가하는 거냐 이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문제가 돼서 비판서를 써야 했다고 합니다.

고도의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남한의 정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북한 당국에게는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위험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인데요.

이러다 보니까 북한 당국이 남한의 상황을 담담하게 보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합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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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한은 지금 비상계엄 사태로 어수선한 연말을 맞고 있지만, 요즘 북한은 한겨울 백두산 답사가 한창입니다.

김정은이 백두산의 강추위를 느껴봐야 선열들의 혁명성을 알 수 있다면서 겨울철에 백두산에 오르도록 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북한 주민들을 고생시키는 이유는 김일성의 혁명 사상을 강조를 하면서 결국은 자신에게 충성하라는 목적일 겁니다.

집권자의 권력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남한 사례를 보면서 김정은은 더욱더 북한 주민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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