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자~!"...음주운전 막는 시민 매달고 주행한 '군의관'

음주 운전을 하려는 남성들을 목격해 제지했는데, 알고 보니 '군의관'이었다는 제보가 어제(19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해당 군의관은 제보자가 차 문을 잡고 음주 운전을 막자, 제보자를 차에 매단 상태로 도주를 시도했습니다.

제보자는 지난해 8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횟집에서 남편과 식사하던 중, 술에 취한 남성 4명이 식당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제보자 부부는 곧바로 해당 차량 앞을 막아섰는데,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몰았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혹시 몰라서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신고를 했는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도 차를 움직였다"며 "제가 도저히 못 따라갈 것 같아서 차에 매달렸다. 운전석 뒷좌석에 앉은 분이 욕을 하고 웃고 이런 식으로 계속 (저를) 조롱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실제 제보자가 촬영한 영상에는 "우리 집가서 한잔 더 할까?", "우리 같이 가자~!", "근데 가다가 사고 나면 어떡해?"라고 말하며 계속 웃는 남성 일행의 모습과 제보자를 매달고 주행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제보자는 운전자가 20~30m가량을 주행해 전치 2주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실랑이를 벌였는데, 운전자는 뜬금없이 제보자에게 "어디 소속이십니까?", "저는 군의관이고, OO부대 소속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해당 지역 해군사령부에서 근무 중인 중위, 대위 계급의 군의관이었던 겁니다.

제보자는 "당시 현역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불렀는데, 아버지한테도 소속을 물었다"며 "운전자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 나온 걸로 안다"고 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운전면허 취소 처분 대상입니다.

이후, 운전자는 음주 운전 및 특수상해 혐의, 제보자 팔을 쳤던 남성은 음주 운전 방조와 폭행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군사법원에 각각 "제보자가 차에 매달려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주행했다",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달 운전자의 음주 운전 혐의만 인정해 벌금형 8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다른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내렸습니다.

제보자는 "왜 나머지 혐의가 무죄가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사건이 일어난 때가 해군사령부 훈련 기간이었다"며 "판결 결과에 납득하기 어려워 항소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동승자 2명에 대해선 기소조차 안 된 것 같다"며 "전문사관이 음주 운전을 하고 부적절한 일탈을 했다면, 그만큼 엄벌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전했습니다.

*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사건반장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취재지원 박효정]

장영준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