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의과대학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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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의과대학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 입학 등록이 마감된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국면이 풀리지 않고 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정치권이 대응에 나섰지만, 탄핵 정국에서 해결 가능성은 미궁 속에 빠졌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 39곳 모두 지난 18일 수시 모집 최초 합격자 등록을 마감했다. 이번에 선발된 최초 합격자는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 4610명의 67.6%인 3118명이다. 추가 합격자 모집은 오는 26일까지다. 추가 합격자 등록까지 끝나면 2025학년도 수시 모집은 마무리되고 정시 모집이 시작된다.
의료계는 정시 모집이 이뤄지면 의정갈등 사태를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정시 모집 전에 정부와 대학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서울대 총장과 서울의대 학장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2025학년도 의대 정시 모집 정원을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19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교육부 장관과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 총장에게 “대학들은 증원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교육 시설, 장비, 교수진 등이 갖춰졌는가”라며 “25학번 신입생과 복학하는 24학번 예과 1학년 학생을 함께 6년 동안 교육할 준비가 됐는가”라고 물었다. 전의비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증원된 1509명을 합쳐 총 4567명이다. 내년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한 의대생 3000여명이 복귀하면 신입생 4567명까지 합쳐 기존의 두 배가 넘는 7500명가량이 예과 1학년 수업을 받게 된다. 의대 재학 기간과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의 수련 기간을 고려하면 학생들은 도합 10년 이상을 부대끼며 보내야 한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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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법규상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천재지변 시에 국한한다”며 의대 증원 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령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의대 증원을 변경할 경우 잠재적 손해를 볼 수 있는 학부모, 학생이 있다”면서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다. 법규상 정부가 움직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국정이 혼란스러운 것도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지만, 이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의정갈등 사태 해법을 두고 여야의 의견과 행보는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는 오는 24일 ‘내란 극복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방안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강청희 민주당 보건의료특위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 의대 정원이 확정되는 정시 모집 전에 의료계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들어주고 정부 입장도 살피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수험생의 피해를 줄이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협의체는 지난 1일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참여 중단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출범 3주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료공백이 여전하다. 민주당에 요청한다. 여야의정 협의체를 재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인 국회 교육위·보건복지위 위원장들은 의료계와의 접촉에 나섰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박주민 복지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뒤 의료계와 정치권이 처음 마주앉은 자리였다. 두 위원장은 그간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추진 태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의료대란 해소에 힘쓰겠다고 했다. 박주민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오히려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었다. 포고령만 보더라도 의료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 수 있다”면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협력과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계엄사령부 포고령엔 ‘전공의 등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이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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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과 대전협, 민주당은 전공의, 의대생, 의대 학장, 정부 부처 등이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은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중단 등 의료계 측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열쇠를 쥔 전공의들은 여전히 강경하다. 이 자리에서 박단 위원장은 “젊은 의사들의 요구는 변함없다. 학생들도 내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나도 이 상태로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선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중지가 최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그가 추진하던 정책 역시 전면 중단돼야 한다”라며 “지속 가능한 미래가 무엇인지 함께 논의해야 할 때다”라고 부연했다.
의료계와 원만한 관계를 쌓아온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민주당, 정부 모두를 비판하며 더 늦기 전에 사태 해결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야당은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아무나 앉혀놓고 24일 토론회를 하는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정말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다”라며 “여당과 정부는 아직 정신 못 차렸다. 무너져 가고 있던 오두막집에 불을 질러놓고 끌 생각은 않은 채 불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복지부와 교육부 모두 사태에 대한 위험 인식이 연초와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 각 의대의 교육 준비 상황도 제대로 파악 안 된 상태에서 내년 신입생을 뽑는 것은 국가 의료나 의사 양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사태 해결 방법은 정시 모집 전권을 의대 학장들에게 위임해 얼마나 뽑을지 결정하게 하는 것뿐이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올겨울이 골든타임이다. 3월이 되는 순간 혼란이 커진다”라며 “정부가 정시 모집만이라도 어떻게든 풀어주면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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