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강신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미디어광고연구소 책임연구원, 황성연 닐슨미디어코이라 방송버티컬 리더, 선호 CJ ENM 국장,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사업실 실장, 유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가 19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2024 방송·미디어 결산과 전망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가 신규 미디어인가. 경제가 정체된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보면 다 똑같은 미디어다. 어느 시장으로 편중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지켜야 할 근간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사업실장은 "우리나라에 더 이상 콘텐츠 투자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며 "이제는 글로벌 OTT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 인프라를 최소한으로 지킬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1조원 규모의 K-OTT 지원을 발표한 날, 이에 정반대되는 주장이 나온 것.
한 실장은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은 우리나라 콘텐츠 경쟁력이 이미 꺾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계속 투자하면 해외에서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건 도박에 가깝다. 지금은 저축하고 내실을 다질 때"라고 꼬집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은 19일 미디어 트렌드 분석 기업 다이렉트미디어랩이 주최한 '2024 방송·미디어 결산과 전망 토론회'에서 "레거시 미디어를 버리고 OTT·FAST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두 플랫폼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고민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오랜 방송 규제를 풀고 각 플랫폼이 아니라 국내 미디어 산업 전체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는 전 방송학회장인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사업실 실장 △강신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미디어광고연구소 책임연구원 △선호 CJ ENM 국장 △유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 △황성연 닐슨미디어코리아 방송버티컬 리더(박사)가 참여했다.
선호 CJ ENM 국장은 "오징어게임·흑백요리사 등으로 대두되는 현재 K-콘텐츠 호황이 지금까지 이어진 투자의 결과일 뿐"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콘텐츠 업계가 커리어 하이를 찍은 상황에서 전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 국장은 내년 한국 방송·미디어 산업 전망을 "오라, 감미로운 죽음이여"라는 바흐의 성가곡으로 표현했다.
선 국장은 "미디어 산업은 방송 광고·프로그램 수신료·해외 등 유통 판매로 매출을 내는데, 광고도 사용자 수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남은 수입원은 유통뿐인데 글로벌 OTT가 언제까지 좋은 값에 콘텐츠를 사줄지 모르는 일이다"라며 "협상력을 갖기 위해서는 로컬 플랫폼이 받쳐줘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유료방송도 티빙·웨이브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유진희 교수는 방송이 새로운 역할을 찾고 OTT와 협력할 때라고 주장했다. IPTV와 OTT가 결합 상품을 만들거나 콘텐츠 공동투자를 하듯, 지상파나 케이블TV, OTT도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유 교수는 "OTT에만 콘텐츠를 노출하면 수출할 때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 지상파나 종편에서 방영했다고 하면 제작사는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며 "방송이 OTT의 품질을 보증하는 새로운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정부 지원이 특정 플랫폼이 아닌 창작자와 콘텐츠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KBS 단막극 제작 지원이 없는데, 이는 미니시리즈, 나아가 텐트폴 드라마를 만들 작가·배우 양성소가 없어졌다는 뜻"이라며 "OTT를 지원할 게 아니라 1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차라리 연극이나 단막극에 지원하면 글로벌로 나갈 콘텐츠 제작의 뿌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토론자들은 한국 미디어 산업이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방송에 걸린 낡은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혁 실장은 "경제 성장기의 논리대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콘텐츠에 투자하고 기존 산업을 규제하자는 것은 현실 자각을 못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30년도 넘은 방송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황성연 리더도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이 지상파로 들어와 방영한다는데, 원본에서 얼마나 많은 내용이 잘리는지 (규제 불균형 수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호 국장도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데, 티빙이나 웨이브가 뭔가를 독점적으로 가져간다고 하면 보편적 시청권, 콘텐츠 접근권과 같은 논리로 규제의 대상이 되거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며 "콘텐츠의 성격 별로 다른 규제가 들어가야지 뭉뚱그려서 '방송'이라고 같은 수위로 규제하면 콘텐츠 혁신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