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4.12.19/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쌀값 안정’이라는 입법 목적과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은 기업에 대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영업비밀’ 등 이유로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과 정부 예산안 자동 부의 조항을 폐지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면서도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회와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정부는 여야가 충분한 대화를 거쳐 정부가 독소 조항이라고 보는 대목을 제거할 경우 보완된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韓 “양곡법, 쌀 공급과잉-재정부담 초래”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한 뒤 이를 재가했다. 한 권한대행은 ‘농업 4법’에 대해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 기능을 왜곡해 쌀 등의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은 2005년 연간 80.7kg에서 지난해 56.4kg으로 30%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된다면 농가는 쌀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 쌀값이 폭락하고, 정부로서는 남는 쌀을 사들이는 데 연간 1조4000억 원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매년 11월 30일이 지나면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한 법조항을 없애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할 최소한의 기준을 매년 12월 2일로 정한 헌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기업도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고,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 이후 수정 입법을 거쳐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사례를 거론하면서 “ 헌법과 법률에 맞지 않는 부분이 국회에서 제거될 수 있다면 정부도 대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헀다. 다른 관계자는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농업인 소득 경영안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농산물 값이 하락할 때 가격을 보장해주는 보험을 적용하거나 정부의 쌀 ‘의무 매입’이 아니라 ‘재량 매입’으로 바꾸는 등 대안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한 데에는 여야와 함께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가 거부권 시한인 이달 21일까지 출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6개 법안에 대해서는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야당이 탄핵 카드를 섣불리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반영됐다. 한 권한대행은 주변에 “나한테 탄핵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 요구권 행사가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은 어느 법률에 의한 것인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