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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풋옵션' 승기 잡은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풋옵션 가격 재산정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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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업회의소 ‘2차 국제중재재판’ 판정 나와…"풋옵션 가격 다시 산정하라"

지난해 8월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 중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 19만8000원

뉴스1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사진제공=교보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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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어피니티·IMM프라이빗에쿼티·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과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국제상업회의소(ICC)는 '2차 국제중재재판'에서 "신 의장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풋옵션 가격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정을 내렸다. 당초 어피니티가 요구했던 풋옵션 가격이 41만 원인 만큼, 신 의장이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 할 경우 풋옵션 가격은 25만 원 이하로 내려갈 전망이다.

19일 교보생명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를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2차로 제기한 국제중재재판에서 "신 의장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 의장의 감정평가기관 선임 결정은 풋옵션 가격을 다시 산정 하자는 것이다. 이는 어피니티가 요구했던 41만 원이 아닌 기존보다 대폭 낮아진 수준에서 풋옵션 가격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결정인 만큼, 교보생명측에는 유리한 결정이다.

1차 중재 당시 어피니티 측은 신 의장이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고 30일 이내 공정시장가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치평가는 필요 없으며, 자신들이 평가한 41만 원이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재판정부는 이런 주장을 모두 감안해 신 의장이 어피니티가 제시하는 가격에 풋옵션 매수 의무가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번 2차 중재판정에 따라 신 의장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고 풋옵션 가격 산정에 나설 경우, '계약에 따른 제3의 평가기관 선임 및 그에 따른 주당가치 산정 절차 객관성'이 분쟁 해결의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1주당 24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사들였다. 당시 어피니티는 2015년 말까지 교보생명이 상장(IPO)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지분을 신 의장에게 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가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신 의장과 체결했다. 이후 IPO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고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맺어온 안진회계법인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임했다.

신 의장이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풋가격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어피니티는 2019년 3월 신 회장을 상대로 ICC에 중재를 제기했다. 1차 중재판정부는 2021년 9월 어피니티가 요구한 41만 원을 비롯한 어떤 가격에도 신 회장이 풋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출된 것이 아닌 만큼 신 의장이 풋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었다. 1차 중재판정부가 신 의장 손을 들어줬지만, 어피니티는 이에 불복하고 2차 중재를 신청했다.

신 의장과 어피니티의 풋옵션 분쟁 해결의 핵심은 주당가치 산정 절차의 공정성 확보에 있다.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풋옵션 가격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고 공정시장가치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공정시장가치 산출 과정을 다음과 같다.

양측이 각각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평가한 공정시장가치의 차이가 10% 이내이면 두 가격의 평균을 행사가격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차이가 10% 이상일 경우 어피니티가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그중 하나를 신 의장이 택하면 그 평가기관이 제시한 가격이 풋옵션 가격이 된다.

이 절차에 따르면 신 의장 평가기관 선정 및 가격 제시 → 어피니티의 41만 원과 10% 이상 격차 → 어피니티 제3의 평가기관 3곳 제시 → 신 의장 1곳 선택 → 제3의 평가기관의 가격제시 형식으로 풋가격이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제3의 평가기관이 산정한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가격인 24만5000원을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교보생명 주식의 공정시장가치를 1주당 41만 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어피니티 측이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할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인 18만~21만 원(크레디트스위스)과 큰 차이가 있다.

교보생명의 시장가격이 1주당 20만 원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진회계법인은 이보다 2배에 이르는 가격을 풋주식의 공정시장가치로 산정한 것이다.

현재 교보생명의 시장가치가 주당 20만 원을 넘지 못하는 것도 주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은 19만8000원이었다. 이는 풋옵션 분쟁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치평가를 받아 산정된 가격이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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