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킹단체, '티피링크' 라우터 수천 개로 구성된 네트워크 유지"
국방부, 상무부 등 조사 착수…中 "국가안보 빙자해 기업 억압" 반발
'티피링크'(TP-Link) 라우터. (출처=티피링크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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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의 유명 가정용 인터넷 공유기(라우터) 제조사 '티피링크'(TP-Link)가 국가 안보에 끼치는 위협을 조사하면서, 해당 라우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법무부, 국방부 관계자들이 중국의 라우터 제조업체 티피링크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르면 내년에 티피링크 라우터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티피링크는 미국 내에서 300여개의 인터넷 제공업체와 협력해 서비스를 신청한 가정에 우편으로 라우터를 발송하고 있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마약단속국 등 다양한 기관에 라우터를 공급하고 있으며 온라인 군용 거래소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올해 티피링크의 미국 가정용·소기업 라우터 시장점유율은 약 65%에 달한다.
앞서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의 해킹 단체가 주로 수천 개의 티피링크 라우터로 구성된 대규모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네트워크는 수많은 중국 해커가 싱크탱크, 정부 기관, 비정부 조직, 국방부 공급 업체를 포함한 서방 국가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수행하는 데 사용됐다.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티피링크 라우터가 보안 결함이 있는 상태로 고객에게 배송되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라우터에 결함이 있는 것은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지만, 티피링크는 이를 우려하는 보안 연구자들과도 협력하지 않는다고 한다.
티피링크 라우터는 중국의 '솔트 타이푼'이라는 해커 그룹이 8개의 미국 통신사를 공격한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 해커들이 미국 국가안보 당국자와 주요 정치인 등을 표적으로 미국 통신망에 침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티피링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가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도 올해 초부터 티피링크가 초래할 수 있는 안보 취약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상무부의 한 부서는 이미 티피링크에 소환장도 발부했다.
의회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는 상무부 장관에게 티피링크의 "비정상적인 수준의 취약성"을 이유로 조사를 촉구했다. 이어 9월에는 하원이 외국 적대 세력과 연계된 라우터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연구를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 법은 아직 상원을 통과하지 않았다.
티피링크에 대해 보안 위험을 이유로 조치를 취한 국가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대만은 이미 정부 및 교육시설에서 티피링크 라우터를 금지한 바 있다. 인도 정부도 올해 티피링크 라우터가 보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법무부는 티피링크가 생산 원가 아래의 가격으로 제품을 팔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티피링크는 시장 점유율이 2019년 20%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올해 65%까지 급성장했다. 그러나 티피링크 대변인은 이 의혹을 부인하며 미국의 반독점법 등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티피링크 라우터 판매가 금지된다면, 내년 1월 20일에 출범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금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 1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미국 내 사업을 금지한 이후 중국의 통신기술 업체에 대한 최대 규모의 제재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정부가 "통신 부문 공급망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티피링크뿐만 아니라 미국 통신 인프라에서 중국 국영 기업 차이나 텔레콤의 미국 자회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티피링크 라우터 판매 금지 가능성에 대해 반발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미국이 국가 안보를 빙자해 "중국 기업을 억압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단호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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