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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한강에 두 자녀 던져 죽인 20대 아빠 "난 기독교인, 죄는 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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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때 동거…뚜렷한 직업 없이 경마에 빠져 생활고[사건속 오늘]

정신분열 증세로 치료받다 정신지체 3급 판정…징역 15년형 선고

뉴스1

(SBS 뉴스 갈무리)


"기독교인이라서 자살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금쯤 천국에서 편히 쉬고 있을 거다"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2003년 12월 19일 오후 4시, 남성 이 모(24) 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오다 6세 아들과 5세 딸을 한강에 던져 살해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승합차를 몰고 한강 동작대교에 도착한 이 씨는 운전석에서 내린 뒤 아이들을 번쩍 안아 차 밖으로 꺼내 다리 아래로 내던진 후 그대로 차를 타고 도주했다.

"애가 소변보는 줄 알았는데" 목격자 충격…범행 2시간 뒤 자택서 이 씨 검거

범행은 동작대교를 건너던 목격자들에 의해 곧바로 들통났다.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한 A 씨는 "애가 소변이라도 보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룸미러를 보니 애를 던졌다. 차에서 작은 애를 꺼내서 그냥 던졌다 한강으로"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목격자가 적어준 차량번호를 토대로 빠르게 용의자를 추적했고, 소유주를 확인한 뒤 곧장 이 씨의 거주지로 향해 잠복해 있다 오후 6시 15분쯤 긴급 체포했다.

체포된 이 씨는 지갑에서 무언가를 꺼내 대뜸 경찰에게 보여줬다. 장애인증이었다. 그는 자신이 장애인인 것을 강조하며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도를 보였다.

뉴스1

(SBS 뉴스 갈무리)


경찰 조사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가고 있었고 한강을 건너려고 한 뒤부터는 기억이 안 난다"며 "나는 정신지체자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했다.

하루 뒤 꽁꽁 언 시신으로 발견된 두 아이…범행 동기 '생활고'

남매는 하루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꽁꽁 얼어 있는 상태였다. 강바닥에 두 팔을 굽혀 앞으로 내민 자세였으며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범행 동기는 생활고였다. 이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7년 아내와 만나 동거를 시작했고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 정식으로 결혼해 딸 하나를 낳고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이 씨는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뚜렷한 직업 없이 아버지에게 월 50만 원씩 용돈을 타며 생활했다.

1998년부터는 경마장을 드나들며 돈을 탕진했다. 자신의 명의로 5개를 발급받아 돌려막다 카드 빚 3500만 원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후 아버지 명의의 43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했으나, 아내의 카드를 훔쳐 경마 도박을 이어갔다.

"카드 빚 시달리는 형편에 아이 있어 뭐하나"…2주 전부터 범행 계획

아내와 불화가 심해지자 2주 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사건 며칠 전에는 한강 수심을 확인했다. PC에는 '한강에 투신했을 때 살아남을 확률' 등을 검색했다.

이 씨는 평소 정상인처럼 생활하다가도 흥분하면 화를 참지 못하는 정신 분열 증세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으며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카드 빚에 시달리는 형편에 애들은 있어서 뭐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2~3주 전부터 계획했다. 한강 깊이 등을 살펴보려 현장 답사도 다녀왔다"라고 진술했다.

범행을 결심한 당일인 2003년 12월 19일에는 아내에게 "당신이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 비싼 거 같다. 다른 거로 바꿔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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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갈무리)


이후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으로 향한 이 씨는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동작대교로 가던 중 차를 갓길에 세우고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먹였다. 약기운에 취한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딸부터 다리 아래로 떨어뜨렸다.

당초 이 씨는 당초 범행 장소로 한강대교로 택했으나 오가는 사람이 많아 동작대교로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범행 후 현장을 떠나며 어머니에게 전화해 "엄마, 나 아이들 한강에 버렸다. 이제 아내도 죽이러 간다"라며 추가 범행을 예고했다.

사건 나흘 뒤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이 씨는 당시 상황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범행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이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종교인이라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금쯤 천국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다", "죄는 씻을 수 있다"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검찰 무기징역 구형, 1·2심서 '징역 15년' 선고…"변별 능력 없었던 점 참작"

검찰은 두 자녀를 한강에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004년 5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이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진 뒤 아이들이 없으면 부인과 이혼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해 치밀한 계획 속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전 범행 장소를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점으로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가 법정에서 범행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등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범행 전모가 드러난 만큼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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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씨를 무기징역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은 데다 범행 당시 정신 불안 증세 때문에 변별 능력이 없었던 점을 참작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3개월 뒤 열린 항소심 재판부도 이 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자식인 피해자들을 강물에 던져 살해한 범행은 죄질이 매우 중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적시했다.

이어 "범행 동기, 방법, 정황을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사물의 변별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보인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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