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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텍스트 힙’의 부상… 밀리의서재 서비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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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페어링’ 등 신규 기능 출시… 독서 플랫폼 간 연결성 높여

다양한 환경서 독서 기회 늘어… 메모 자유로워진 ‘필기 모드’

‘텍스트 힙’ 맞춤형 기능도 강화

자극적인 쇼트폼 콘텐츠가 넘쳐났던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신조어가 바로 ‘텍스트 힙(text-hip)’이다. 글로 된 모든 것을 통칭하는 ‘텍스트’와 세련됐다는 뜻의 영어 단어 ‘힙’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글을 다루는 게 멋지다’란 의미다. 전 세계적으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텍스트가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독서와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는 단어다. 18일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춘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 종이책과 전자책 경계 허무는 ‘밀리페어링’

밀리의 서재에서 새로 출시한 서비스를 활용해 5일간 책 읽기에 도전했다. 신규 서비스 중 활용도가 가장 높았던 기능은 ‘밀리페어링’이었다. 밀리페어링에는 종이책을 읽다가 전자책, 오디오북으로 전환하더라도 불편함 없이 바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 포함됐다. 노트북을 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직업 특성상 수백 쪽의 무거운 종이책을 갖고 다니기가 부담스러웠다. 대안으로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구매해서 번갈아 가며 읽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종이책을 보다가 전자책을 켜면 읽던 부분을 하나씩 문장을 확인하며 찾아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크다 보니 번갈아 읽기를 포기했다. 밀리페어링에는 이용자들의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책을 즐기는 플랫폼 간 연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담겼다.

평일이 시작되는 월요일 출근 전 밀리의 서재 애플리케이션 검색창에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바코드를 스캔하자 전자책이 나의 서재로 등록됐다. ‘종이책 페이지 찾기’로 읽던 책의 페이지 숫자를 입력하자 전자책에서도 읽던 부분으로 한 번에 이동했다.

특히 대중교통에서 유용했다. 전자책 하단의 ‘읽기-듣기’ 변환 기능을 누르면 전자책으로 읽던 부분을 자연스럽게 오디오북으로 이어서 들을 수 있었다. 틈틈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활용하다 보니 최근 바쁘다는 핑계로 몇 주간 방치했던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 ‘독서의 맛’을 살려주는 필기 모드

동아일보

18일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새로 출시한 ‘필기 모드’ 기능을 캡처한 화면. PDF파일이 아닌 이펍(ePub) 형태 전자책에서도 줄긋기뿐만 아니라 메모, 도형 그리기 등 자유로운 필기가 가능하다. 밀리의 서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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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 모드’는 종이책을 고수했던 기자가 앞으로 전자책을 계속 활용해도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 기능이다.

기존 전자책은 PDF파일 형태에서만 자유로운 필기가 가능했다. 대부분 전자책인 이펍(ePUP) 형태 파일에서는 문장을 형광펜으로 강조하는 기능만 지원했다. 밀리의 서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펍 형태 전자책에서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을 출시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연필로 줄을 치거나 인물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기도 하고 중요한 부분이나 향후 더 생각해볼 부분들에는 여백에 짧게 메모를 남기는 습관이 있다 보니 종이책을 선호했었다. 필기 모드를 이용해 종이책에 표시하던 것처럼 평소 습관대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밀리의 서재는 필기 기능 출시를 위해 6개월가량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 글씨 크기를 키우거나 세로에서 가로로 디바이스 방향을 바꾸더라도 이용자가 필기한 기능이 원래 위치에 남아있도록 구현하는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개발을 총괄한 밀리의 서재 기술혁신본부 독서연구소 문병진 팀장은 “예전에 독서를 하면서 필기를 할 수 있는 ‘낙서 모드’ 기능을 실험적으로 제공했는데 정식 출시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워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용자들의 필기와 메모도 디지털화를 통해 데이터를 쌓아 나가면 향후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밀리의 서재에 등록된 책이 아니더라도 모든 책을 ‘읽고 싶은’, ‘읽는 중’, ‘완독’으로 분류해 독서 상태를 관리할 수도 있고, 매달 읽는 도서와 한 달간 어떤 독서를 했는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텍스트 힙’을 즐기는 이용자를 위한 기능도 강화됐다.

다만 책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것은 아쉬움이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들이었지만 작가 및 출판사와 계약이 돼 있지 않아 밀리의 서재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밀리의 서재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향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밀리의 서재는 현재 독서 콘텐츠 20만 권을 보유하고 있고 2200개 이상의 출판사와 협업 중이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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