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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세일러문·산타·바이커 변신···‘나문희’ 없는 ‘나문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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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나문희’ 영화 공모전 5편 시상식

배우 나문희 참석해 “아이디어 좋다”

경향신문

<나야, 문희> 속 AI 나문희가 바이커로 변신해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MC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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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나문희(83)가 공중으로 떠올라 빙글, 한바퀴를 돌자 입고 있던 옷이 만화 ‘세일러문’의 세일러복으로 바뀐다. 세일러복을 입은 나문희가 관객들을 쏘아보며 말한다. “아주 그냥 널 용서하지 않겠어.”

여든을 넘긴 노배우가 하얀 세일러복을 입고 혼신의 연기를 펼친 것일까? 그렇진 않다. 관객들이 보는 스크린 속 나문희는 인간 나문희의 AI(인공지능) 버전이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는 독특한 AI 단편영화 시상식이 열렸다. 나문희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방해 가상인간으로 만든 ‘AI 나문희’ 영화 공모전, ‘나야, 문희’다. AI엔터테인먼트 회사 MCA와 나문희의 소속사가 공동 기획한 이번 공모전에는 5편이 당선됐다. 미스터리한 여인 나문희의 정체를 추적하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이야기를 담은 정은욱 감독의 <두 유 리얼리 노우 허>가 대상을, 나문희의 젊은 시절과 현재를 교차해 보여준 원경혜 감독의 <지금의 나, 문희>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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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문희> 속 AI 나문희. MC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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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작품들은 별도의 촬영이나 녹음없이 모두 AI로만 제작됐다. ‘나문희 없는 나문희 영화’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영화 속 나문희는 오토바이를 타고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산타 복장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판타지 같은 장면만 있는 건 아니다. 카페에서 쿠키를 먹는 평범한 장면도 AI가 만들었다.

박재수 MCA 대표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조감독으로 시작해 <안시성> 등 장편 영화를 제작하다 AI 회사를 설립했다. 모두가 가상인간 제작에 뛰어들때, 가상인간을 스타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스타인 배우를 가상인간으로 구현하는게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문희는 MCA가 10년 계약으로 디지털 지식재산(IP)을 확보한 MCA의 ‘1호 AI 배우’다. 박 대표는 “AI라는 최신 기술에 나문희 선생님 같은 원로 배우가 결합되는게 기획적으로 좋다고 생각했다”며 “스타 배우들은 보통 이런 기회를 잘 안주는데, 선뜻 새로운 도전을 하는 나문희 선생님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AI 대역’이 활성화되면 배우들이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언젠가는 AI로 장편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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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문희> 속 AI 나문희가 쿠키로 손을 뻗고 있다. MC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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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는 나문희도 참석했다. 그는 “영화 아이디어들이 정말 좋았다. (영화 속에서)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앉아있는 것을 보니 행복했다”며 “나는 이제 몸이 자유스럽지 않은데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AI 영화가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까지는 어색해보이는 장면도 적지 않다. 다만 스크린 속 장면이 단 한 컷도 촬영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점을 떠올리면, 앞으로 더 발전한 기술로 만들어질 AI 영화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5개 작품을 묶은 러닝타임은 총 17분29초다. 12월24일 개봉.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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