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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법인MMF, 계엄사태 후 13조 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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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액 9거래일째 줄어 171조로

실적악화 속 연말 결제수요

고환율도 겹쳐 뭉칫돈 이탈

서울경제



기업들이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 9거래일 만에 13조 원이 넘는 자금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적인 자금 수요 증가로 연말 법인의 MMF 설정액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특이 현상은 아니지만 올해의 경우 실적 둔화 속에 정치 혼란과 맞물린 환율·금리 불안으로 그 규모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법인의 MMF 설정액은 171조 5251억 원(17일 기준)으로 비상계엄 직후인 4일 184조 6138억 원보다 13조 887억 원 줄었다. 올 10월 4일(170조 6111억 원)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만기 1년 미만 채권 등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라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법인 MMF 설정액은 이달 들어 4일까지는 3거래일 연속 증가하며 177조 9058억 원에서 6조 7080억 원이 더 늘었다가 5일부터 17일까지는 9거래일 동안 하루도 예외 없이 감소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직후인 9일에는 하루 만에 4조 1154억 원이 빠져나갔다. 운용사별로는 5~17일 삼성자산운용의 법인 MMF 설정액이 1조 5515억 원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흥국자산운용(1조 4596억 원), 하나자산운용(1조 492억 원) 등에서도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법인 자금이 크게 줄면서 전체 MMF 설정액도 4일 202조 3093억 원에서 17일 189조 5035억 원으로 12조 8058억 원 줄었다. 법인과 달리 개인 MMF 설정액은 이 기간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몰린 결과 17조 6955억 원에서 17조 9784억 원으로 2829억 원 더 증가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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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업계는 통상적인 연말 법인의 결제 자금 수요가 MMF 설정액 감소에 1차적인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실제 2020년과 2021년, 2022년, 지난해에도 12월에는 법인 MMF 설정액이 22조 6849억 원, 13조 6478억 원, 2조 1557억 원, 21조 310억 원씩 줄어들었다가 이듬해 1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바 있다.

올해의 경우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과 단기금리가 요동친 점, 기업 실적이 둔화하는 추세에 접어든 점까지 법인 MMF 자금의 추가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큰 점도 현금성 자산인 MMF의 매력을 반감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일각에서는 MMF가 단기 자금 시장의 주요 유동성 공급원이기도 한 만큼 유출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기업 자본 조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까지는 사회적 갈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1분기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 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기업 고민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초기 우리 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 우려가 원화 약세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자금 수요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현 추세가 지나치게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국내외 금리 방향까지 뚜렷해지면 법인 MMF 자금 규모가 곧 예전 수준을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경제적 상흔을 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많은 추가경정예산과 더 빠른 금리 인하로 치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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