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미국 변호사, 항소심도 징역 25년

재판부 "우발적 살인 아냐…피고인 반성하는지 의문"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항소심 선고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1부(박재우·김영훈·박영주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미국 변호사 현 모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1심과 같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수십 회 이상 가격하고 상당 시간 목을 졸랐으며 피해자의 비명과 사과, 아들의 만류에도 응하지 않고 약 50분 동안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하게 했다"며 "최초 가격 행위는 충동·우발적이었다 하더라도 그 후 계속된 무자비한 가격 및 목 조름, 방치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반드시 살해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살인 의지의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동기는 당시 피고인이 평소 결혼생활로 피해자에게 쌓인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현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거들을 봤을 때 현 씨가 결혼생활 내내 피해자를 괴롭힌 것도 확인할 수 있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와 수년간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이메일 내용 등을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집안을 깎아내리고 회사와 양육을 병행하는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하는데 (자료들로 피고인의) 전반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피고인이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법정 최후진술에 비춰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씨는 지난달 20일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한국이 무섭다", "다수에게 이렇게 매도당하고 제일 가까운 가족과 친구한테 정적이 됐다", "전부 다 제 불찰이다. 왜 이 사건이 터졌는지 모르지만 제가 먼저 용서하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앞서 현 씨는 지난해 12월3일 이혼 소송 제기 후 별거 중이던 아내를 둔기 등으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 씨는 국내 대형 로펌을 다니다 퇴사했다.

현 씨는 범행 직후 경찰이나 소방이 아닌 검사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 부친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부친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야 소방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아내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우발적인 폭행에 따른 상해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결심공판 당시 변호인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우발적 살인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1심은 검찰의 계획 살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현 씨가 피해자의 목을 눌러 살해했단 혐의는 인정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현 씨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현 씨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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