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북한 군인들 상대 드론 공격 장면. 사진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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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다 숨지거나 다친 북한군이 수백 명에 이른다는 외신 보도가 17일(현지시간) 잇따라 나왔다. 전날 미국 당국자들은 수십 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확인됐다고 처음 공식 확인했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났을 수 있단 의미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 병사가 무인기(드론)와 집속탄에 속절없이 목숨을 잃는 장면이 찍힌 영상과 사진을 계속 공개하면서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로이터·AFP통신 등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 중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사상자는 전투에 참여해 본 적 없는 경험이 부족한 병력이며, 하급자부터 상급자까지 모든 계급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전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를 “수십 명”이라고 공식 확인해준 지 하루 만에 피해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군 대신 ‘총알받이’로 희생될 것이란 전문가들 예측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추정하는 러시아 파병 북한군 규모는 8000~1만2000명으로, 대부분 쿠르스크에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에 쿠르스크 지역을 뺏긴 뒤 재탈환을 위해 치열한 공세를 벌이고 있다. 앞서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보병 소모전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보케이션 인포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의 한 병원에서 북한군 부상병 100여명이 이송돼 치료 중이라고 밝히며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이보케이션 인포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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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최전선에 14~16일 사흘 연속 북한군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등을 동원해 이런 북한군을 공격하면서 큰 피해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CCO)는 북한군 50명을 사살하고 4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원거리에서 조종하는 우크라이나군의 ‘1인칭 시점 드론’(FPV)에 취약했다. CCO는 FPV가 북한군과 장갑차 등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중엔 북한군이 쫓아오는 드론에 조준 당하자 겁에 질린 표정으로 멍하니 드론을 쳐다보는 장면도 있었다. 이와 관련, 한 우크라이나 부사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그들은 마치 좀비처럼 우리 기지로 다가왔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며 “북한군이 FPV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쏜 집속탄이 폭발하면서 북한군이 대량으로 숨지거나 다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도 있었다. 집속탄은 한 개의 포탄 안에 수십∼수백 개의 자탄(子彈)을 넣어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는 무기다.
러시아가 북한군에 공격용 드론의 위험성과 대처 방식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인터뷰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드론 공격을 피하려 소규모로 흩어져 나무에 붙어 이동하는 반면 북한군은 엄폐물이 없는 개활지에서 40~50명씩 대규모로 움직이는 등 드론 공격에 대비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조종사 아르템은 신문에 “북한군 부대는 숨지 않고 드론을 겨냥해 총을 쏘다가 대부분 숨졌다”며 “(마치 가상 훈련에서 난이도가 낮은) ‘이지 모드(easy mode)’로 설정해 전투하는 듯한 이상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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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명의 북한군 부상병들이 쿠르스크 내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이란 현지 보도도 나왔다. 해당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선 동아시아계 남성들이 발을 절뚝이거나 팔에 깁스를 한 채 줄지어 이동했다. 다인실 병실의 침대에 누워있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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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북한군 사상자 증가가 공식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달 취임 후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서 북한에 어떻게 접근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2일 타임지 인터뷰에서 “북한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게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또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선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한 탓에 북한군이 참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이에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을 해제한 것은 북한군 파병 이후의 일이란 점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상황은 물론 북핵 문제까지 포함해 북한과 직접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가 지난 14일 대북 업무를 포함하는 특별 임무 담당 대통령 특사에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지명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리넬은 트럼프와 김정은 간 정상회담을 지지한 대표적인 측근이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8일 공식 회의를 열고 북·러 군사협력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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