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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결산/게임] 정상화의 한 해, 새 출발 준비한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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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국내 게임업계에 2024년은 ‘정상화의 해’였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보다 투명한 업계로 거듭났고, 단기 수익만을 좇는 풍토에서 벗어나 장르와 플랫폼을 다양화한 도전적인 시도가 잇따랐다. 호황에 취해 무분별하게 벌렸던 사업들도 순차적으로 정리, 본연의 게임 사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도 두드러졌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이용자 신뢰 회복 첫 걸음

과거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된 확률이 실제와 다르다는 의혹에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1년 넥슨의 인기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의 ‘보보보’ 사태에서 촉발된 ‘확률 조작’ 논란을 기점으로는, 게임사에 대한 이용자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올해 3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으로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가 법적으로 의무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법 시행 초기 일부 업체들이 확률 오류로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발빠른 대응과 보상 방안 마련 등의 수습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모든 게임사가 투명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업계 정상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타의로 이루어진 변화였지만, 결과적으로 게이머와 업계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별개로, 해당 개정안은 게임 업계의 개발 방향성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법적 규제로 인해 부담을 느낀 게임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물색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에만 치중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의 게임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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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곳곳서 체질 개선… 고강도 다이어트·장르 도전 가속화

뼈를 깎는 체질개선 노력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단기 수익성에 매몰된 장르·플랫폼 게임을 고집한 게임업계는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눈에 띄게 주춤했다. 여파는 올해까지 이어져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한 상당수 게임사가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이에 게임사들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화하는 한편, 외연 확장을 위해 벌여왔던 비(非)게임 사업을 정리하는 등 전반적인 쇄신에 나섰다.

매출에 비해 인력 규모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온 엔씨는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감축에 나섰다. 개별 게임 타이틀과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한 독립 스튜디오 4곳을 자회사로 분할해 개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영 체계도 마련했다.

카카오게임즈도 무선 통신 기기 자회사 세나 테크놀로지 지분을 매각하고, 자회사 카카오VX의 일부 사업을 정리하며 몸집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자회사 오션드라이브를 중심으로는 미드코어 시장을 공략하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돌입했다.

이외 넷마블, 위메이드, 컴투스 등도 경영 성과 확대를 위한 효율화 작업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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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도전적인 시도도 두드러졌다. 엔씨는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와 스위칭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을 출시하며 변화 의지를 드러냈다.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그간 ‘리니지’를 위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게임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시사점을 던졌다.

‘뮤’ IP(지식재산)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웹젠 역시 서브컬처 게임을 앞세워 변신을 꾀했다. 자체 개발작 ‘테르비스’로 서브컬처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한편, 여러 소규모 게임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지속하면서 다양한 IP 발굴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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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흥행작 줄줄이… 저력 보여준 K-게임

여러 진통 속에서 성과도 없지 않았다. 앞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게임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성과를 거두며 K-게임 잠재력을 보여줬다.

호실적을 이어가며 독주 체제를 구축한 넥슨은, 지난 여름 출시한 PC/콘솔 루트 슈터 게임 ‘퍼스트디센던트’ 흥행으로 본격적인 서구권 시장 공략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출시 직후 스팀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최고 동시 접속자 22만명을 달성했다.

넷마블은 유명 웹툰 IP를 기반한 액션 RPG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로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5000만 이용자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엔씨도 최근 ‘쓰론앤리버티’를 글로벌에 출시해 시장에 안착,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시프트업은 4월 콘솔 액션 어드벤처 게임 ‘스텔라블레이드’를 출시해 평단의 호평과 흥행을 단번에 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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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 작업도 쉴 새 없이 이뤄졌다. 어느 때보다 많은 게임사들이 ‘게임스컴’ 등 다양한 글로벌 게임쇼에 참가해 게이머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넥슨 ‘퍼스트버서커: 카잔’, 크래프톤 ‘인조이’, 펄어비스 ‘붉은사막’ 등이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재정비를 마친 게임업계는 내년 신작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재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흥행 여부에 따라 업계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여러 풍파를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 한층 단단해졌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 탈피나 장르 및 플랫폼 다변화 등 자정작용이 이뤄졌다는 건 매우 긍정적”이라며 “특히 국내 게임업계에게 있어 그동안 난공불락과도 같았던 웨스턴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왔다는 건 정말 고무적인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창성이 부족하거나 초반 흥행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의 숙제도 남았지만 어떻게 첫 술에 배가 부르겠느냐. 방향성을 정했으니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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