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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한국, 미 외교 우선순위서 밀려…계엄 이후 할 수 있는 일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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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과 환하게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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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전에 핵심 인물들과 만나서 정책을 파악하고 커넥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이 미국 외교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30년 넘게 미국에서 시민운동을 하며 가장 깊숙하고 생생하게 미국 정치를 분석하고 있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12·3 내란사태’가 트럼프 집권을 앞둔 한-미 관계에 미칠 후폭풍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시민들에게서 큰 희망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공권력과 군대를 동원했는데 시민이 그것을 막은 것을 보면서, 미국 정치인들이 많이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협상학회 대상을 받으러 한국에 온 김 대표를 17일 서울에서 만나, 워싱턴에서 본 한국 12.3 내란 사태와 트럼프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미국의 변화에 대해 들었다.





―한국의 ‘12.3 내란’ 사태에 대해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무엇인가.



“미국 언론, 지식인,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만난 많은 의회 관계자들은 ‘한국은 민주주의를 시민이 지켜주는 나라다’라며 부러워한다. 2021년 1월6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부정하면서 의회를 공격했을 때 국방장관이 ‘노(No)’라고 해서 군대를 동원하지 못했고, 지지층만 동원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권력과 군대를 동원했는데, 시민이 그것을 막았다. 그것이 지금 미국과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뚜렷한 차이다. 미국 의원들, 보좌관들과 얘기할 때 ‘어떻게 그 밤에 시민들이 국회로 와서 군인들을 막아세울 수 있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국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 이번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한미일의 군사적 공조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 했다. 거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 윤석열 정부다. 그런데 사실은 미국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무렵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을 계속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다 지우고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했고, 바이든 정부는 이것을 가장 큰 업적으로 여겼는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언으로 그것이 다 물거품이 되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악관도 국무부도 깊은 고민을 한 끝에 그런 반응을 내놨을 것이다. 한인 유권자의 여론에 민감한 미국 의원들은 정부 당국자들보다 먼저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입장을 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조태열 외교장관이 계엄선포 직후 골드버드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었을까?



“골드버그 대사는 한국 상황에 대해 미국 정부에 직접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외교장관은 그런 중요한 시기에 미국대사와 소통했어야 한다. 미국은 조 장관이 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큰 문제로 여겼을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와 주류 여론은 한국에 와 있는 주한미군의 안위에 대해서는 항상 신경을 쓴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연합사에도 알리지 않고 특수부대까지 동원한 데 미국 정부는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집권하게 되는데, 이번 내란 사태로 인한 여파는 어느 정도인가.



“미국에서 지금 한국 상황을 볼 때 제일 안타까운 것은 트럼프 당선자가 집권하기 전에 그 핵심 인물들과 만나 정책을 파악하고 커넥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데 한국은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 사람이 없어졌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이 미국 외교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미 의회 관계자들은 ‘각국 정부에서 의회에 접촉하러 찾아오는데 왜 한국만 조용한가’ 나에게 물어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주미대사가 지금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미국 정치권 인물들이 대대적으로 바뀌고 있어서 제대로 대응하면 오히려 한국의 공간이 넓어질 수 있는데, 대통령의 잘못 때문에 한국 외교가 참 불운한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국 내란 사태에 대해 계속 침묵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 당선자는 사실 지금 한국의 상황에 별로 관심이 없다. 트럼프도, 차기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르코 루비오도 이번 사태에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짝퉁 트럼프’처럼 부정선거론을 근거로 공권력을 동원했다. 윤 대통령이 트럼프로 미국 권력이 바뀔 것을 계산해 지금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은가.



“현재 트럼프 외교안보 핵심 이슈는 집권 100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중국이 최우선 이슈다. 북한은 그 다음 순위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가 푸틴과 대화가 제대로 안된다고 판단하면,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하러 나설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북한이 독자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도발을 하면 트럼프가 김정은과 거래를 모색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정책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양대 축은 외교·안보의 플로리다 권력과 무역과 경제를 장악한 우파 기업인들이다. 트럼프는 집권 뒤 곧바로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것이고 바이든이 한국과 합의한 방위비는 원점으로 돌려 재협상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공약의 넘버 1은 경제, 넘버2는 이민 문제다. 지지층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이 두 공약을 매우 강하게 추진할 것이다. 통상과 관련해 중국, 한국, 일본이 주요한 표적이 될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관세를 무겁게 올리고, 한국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주기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손 볼 것이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남미계 불법체류자들을 다 찾아내 추방하겠다고 하는데, 한국계 불법체류자들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협회 대표.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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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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