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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심심한 사과’ 대신 ‘천막당사’ 정신이 절실 [데스크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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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 멀어지는 길 택한 국민의힘

위기 때마다 외친 ‘천막당사’ 정신 어디로

쿠키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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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에서 늘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천막당사’ 정신이다.

2002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일부 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받은 일명 ‘차떼기’ 사건은 보수 정당 최악의 흑역사다. 당시 국민적 인식은 최악이었고, 이러한 위기감을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천막당사’였다.

2004년 3월 당의 새 지도부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대표)은 당사를 매각하고, 여의도공원 맞은편에 천막당사를 열어 임기를 시작했다. 4·15 총선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국민 앞에 바짝 엎드려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 “무릎꿇고 사죄드린다” 등 읍소 전략을 펴던 때였다.

이러한 진심이 통했던지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 가까스로 121석을 얻었다. 원내 제1당의 지위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원내 제2정당이라는 체면을 세울 수 있었고, 개헌 저지선도 지켜냈다.

이러한 연유로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들은 위기일 때마다 ‘천막당사’ 정신을 꺼내 들곤 했다. 하지만 정말 당의 위기인 지금, 국민의힘에서 천막당사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들을 색출하려 하고 있다. ‘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이 국민의 시선엔 ’내란죄’의 주동자이지만, 여당 의원들은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내란수괴라는 단정적 언어는 맞지 않다”라면서 오히려 야당 의원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또 전형적인 ‘내로남불’ 이중적인 행태도 보인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윤 대통려에 대한 탄핵소추안 심리가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에 쏠리는 가운데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서둘러야 하지만, 이를 막아서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적 헌법기구인 헌재 재판관 3명 임명은 그 권한 행사의 범위를 신중하고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해도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수의 법조인과 헌법학자들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요식행위’의 성격을 띠기에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정치 유불리를 계산해 다소 억지스럽게 보이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국민의힘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만이 “국민에게 석고대죄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서 국민께 처절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홀연히 외칠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4년 되던 2020년 12월9일. 한 방송에 출연해 “보수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양심, 염치”, “국민이 용서할 때까지 백 번이라도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사과해야 한다”고 외치던 그는 어디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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