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9.36%, 인도·대만 19%대
트럼프 리스크에 계엄···실적 부진
내년 정기 변경서 대규모 편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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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인도와 대만의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트럼프 리스크부터 비상계엄까지 연이은 충격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국내 증시에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더해지면서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종목이 대거 편출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아이셰어즈 MSCI 신흥국(EEM)’에서 한국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2월 12.5%에 달했던 한국 비중은 이달 9.36%(13일 기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인도와 대만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 각각 19.92%, 19.25%를 달성했다. 국내 증시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신흥국들 사이에서도 한국이 좀처럼 기를 못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5~6년 전에는 EEM에서 한국이 중국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던 적도 있다”며 “올해는 국내 증시 수익률이 인도와 대만보다 부진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코스피지수는 6.26% 내린 반면 인도 센섹스와 대만 자취엔은 13.09%, 28.49%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 우려로 올 7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제 둔화 우려까지 확대되며 기업의 성장성도 주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 2만 3137곳의 매출액 증가율은 4.3%로 직전 분기(5.3%) 대비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이 부진한 데다 고환율 현상까지 지속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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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인도와 대만 경제는 비교적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이 부각돼온 인도의 경우 최근 경제가 주춤함에도 증시 수급이 우리보다 안정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올해 경제성장률 4%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EEM 내에서도 종목 기준 TSMC가 차지하는 비중이 10.21%로 가장 높다. 삼성전자(005930)는 2.36%로 3위에 머물렀다.
한국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연쇄적으로 MSCI 신흥국지수를 구성하는 한국 기업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8월 104개 종목에 달했던 한국 기업 수는 올 2월 99개, 5월과 8월에 98개까지 감소했다. 지난달 진행된 올해 마지막 정기 변경에서는 현대로템(064350) 1개 종목만 편입되고 7개 종목이 편출되면서 92개로 더 빠졌다.
시장에서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정기 변경에서 종목 편입 없이 대규모 편출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기화된 국내 증시의 부진과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불안정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 상황에서 내년 2월 MSCI 정기 변경에서 편입 종목 0개, 편출은 9개로 예상된다”며 “계속되는 시장 부진과 가파른 주가 하락으로 인한 결과”라고 짚었다. 이어 “시가총액 기준점 등을 하회해 편출이 예상되는 종목으로 롯데케미칼(011170)·금호석유(011780)·삼성E&A(028050) 등이 있다”면서도 “내년 1월 중하순까지 국내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다면 편출 규모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다만 “올해 다른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증시가 과도하게 빠졌다”며 “밸류에이션 저점 부근까지 떨어진 만큼 기술적인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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