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거부권 행사에 제동을 거는 명분 중 하나는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관리가 주업무이고 현상 변경이나 새로운 질서 형성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재명 대표). 이 당 전현희 최고위원으로부터는 “거부권과 인사권 남용은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나왔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처신을 잘하셨으면 좋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2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비교할 때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대행에 대한 엄포 여부를 떠나 이들 법안이 시행될 때의 부작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평년 가격보다 급락할 경우 남아도는 쌀을 세금으로 의무적으로 사주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쌀이 이미 과잉 생산되는 상황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1조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청래 의원 등이 발의한 국회 증언·감정법은 국회가 아무 때나 기업인을 국회에 불러내고 영업 비밀과 개인 정보 자료까지 제출토록 하고 있다. 국정감사, 조사 때만이 아니라 상임위 안건 심사나 청문회 때도 무조건 출석하도록 했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독재 국가를 연상시킬 정도다.
이 대표가 경제와 민생을 걱정하고 국정에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문제투성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압박은 멈춰야 한다. 점령군 행세를 하거나 탄핵 운운하며 국무위원을 윽박지르는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지 차분하게 짚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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