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소통관]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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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의힘은 보수당이 아닙니다. 극우라는 암이 자랐고 많이 퍼졌습니다. 그래도 병을 고쳐야지 버릴 수는 없잖아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본회의장에 있던 취재진은 일제히 한 사람을 주목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중 한 명으로 이번 탄핵안 찬성을 주장해 온 김상욱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한 뒤에도 만감이 교차한 듯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김 의원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탄핵안 통과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오던 김 의원은 앞으로 보수당으로서 국민의힘을 복원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김 의원은 '향후 소장파로서 당에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란 질문에 "보수 가치를 추구하는 당으로 만들려고 애를 써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올해 4월 22대 총선에서 울산 남구갑에 출마해 당선된 초선이다. 12·3 계엄 당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와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했고 지난 7일과 14일 두 차례 진행된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이 단체 투표 불참으로 탄핵안을 폐기시켰던 첫 표결에서는 여당 의원 중 세 번째로 본회의장을 찾아 투표했다. 김 의원은 투표를 마친 후 취재진 앞에 서서 "당론에 따라 반대표를 찍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첫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헌법적·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고 두 번째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2차 표결 전에는 주변 의원들을 찬성으로 설득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2차 표결에선 찬성 204표로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금 지역구 분위기는 아주 험하죠. 숨어 다녀야 할 정도입니다"
김상욱 의원은 "울산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인사만 하고 다녀도 3선은 한다는 좋은 지역구"라며 "기득권을 다 포기하고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의원이 지역구에 걸은 '계엄참사에 대해 깊이, 깊이 송구합니다'라는 현수막에는 붉은 글씨로 욕설이 적혔다.
김 의원은 "(반성해야 한다는) 제 생각을 전달했고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당리당략과 헤게모니가 우선된다"며 "당리당략 때문에 대한민국이 망해도 되나"라고 했다. 또 "우리 당은 (계엄 이후) 한 번도 반성한 적이 없고 바뀌려고도 하지 않는다. 상황을 유지하려고 (당내) 합리적 보수의 입을 막고 극렬 지지층을 잡으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고 버티는 것"이라며 "국민은 더 외면하고 국민의힘은 더 우경화될 것이다. 대립이 심화해 최악으로 가면 정치적 테러 같은 폭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당의 극우화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당은 정통 보수당이었다. 안정적 시장경제 발전과 공정성·개방성·합리성을 가치로 삼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극렬 지지층만 남았다. 극우와 보수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극우는 독일 파시즘, 군국주의 아닌가. 전체주의, 권위주의다"고 했다.
이어 "(원내에도) 극우적 성향을 가진 의원들이 계신다. 권력 지향적, 기회주의적인 분들도 있다. 이 둘이 힘을 합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보수주의자가 아니고 극우적 가치를 추구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은) 정통보수인 박 전 대통령을 잡아넣고 보수 세력을 절멸시킨 사람"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됐는데 원내 극우세력과 손발이 맞은 것이다. 여기에 기회주의자들이 붙어 세력이 형성된 것"이라고 현재 보수가 처한 위기를 분석했다.
김 의원은 "본질은 보수 유튜버들이 극우주의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부정선거도 거기서 나왔는데, 말도 안 된다는 건 이미 입증됐지만 믿는다는 것 아니냐"며 "극렬 지지자들도 보수 유튜버 때문에 생긴다. 법 개정 등을 통한 통제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회 본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2.07.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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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탄핵안 표결 전에는 여당에서도 찬성표 30표를 예상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여당 이탈표가 12표에 그친 것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민심에 비춰보면) 매우 적은 수"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담화는 '극우여 봉기하라'는 뜻이었다"며 "담화 이후 분위기가 바뀌어 찬성표 던질 의원들은 욕먹을 것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탄핵안 2차 투표 전날인 13일 1인 시위에 나선 것도 찬성표를 고민하던 의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2차 탄핵안에서 나온 무효 8표, 기권 3표에 대해선 "사람 뒷조사를 통해 눌러버리는 식의 겁박에 눌린 것이다. 반자유주의적이고 보수의 가치에 전혀 맞지 않는 당내 문화"라고 했다.
그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하고 당이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선 "너무 억울한 일"이라며 "계엄 반대와 탄핵, 두 개는 같이 가는 것이다. 탄핵에 찬성했다고 내쫓는 게 탄핵 반대론자이자 내란 동조 세력인 것"이라고 했다. '탄핵은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는 여권 내 시각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배신자는 내란 행위에 동조하고 이를 이끈 자들"이라며 "여기에 반대해 대한민국을 지킨 자들은 배신자가 아니고 당의 수호자"라고 했다.
김 의원은 "새로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최소화된 사람이어야 한다"며 "대선 전 국민께 진지한 사과를 하고, 보수의 가치를 따르는 민생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도저히 안 된다면 그때 생각할 부분인데 그 경우를 상상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찬성' 1인 시위 중인 김상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4.12.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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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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